치통의 아픔을 처음 느껴보았다. 풍치와 잇몸을 치료하면서, 새벽에는 아파서 잠을 못 이룰 때도 많았다.
치과에 다닌 지 6주 차가 지나니 좋아지면서 이제 한 번만 가면 된단다.
잇몸에서 피가 난 2개월 전 두 곳의 치과에 들렀다. 한 곳은 언젠가 밤에 치통으로 아플 수가 있을 것이니 3개를 발치하자고 하였다.
또 다른 치과로 갔더니 스케일링을 하고 치실 사용법만 알려 주었다.
한 곳은 과도한 진단이며, 또 한 곳은 너무 게으른 진료 같았는데, 두 곳 모두 귀찮은 치료보다 귀결점은 임플란트였다.
내 마음에 맞게 적절히 치료해줄 치과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예전에 단골이었던(어떤 사정으로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치과로 갔다.
거기서 친절한 설명을 듣고 매주 치료를 잘 받고 있다. 역시 직접 만나야 일이 풀리며, 구의가 명의이다.
한 달이 넘게 음식을 씹을 때 시리고 아파서 잘 먹지도 못하였으며, 치통을 악화시키는 술은 당연히 금지하였다.
혼사를 치른 친구의 피로연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문상을 가서도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친구와 약속도 만들지 않았다.
이렇게 술을 하지 않으니, 당연 좋은 점도 생긴다. 가정에 더욱 충실해진 것이다.
요즘 남자들은 집에서 미적거리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보이지 않는 게 부인들이 환영한다고도 하지만~
나는 스스로 잘하는 설거지와 빨래를 개는 것, 화장실 청소를 다하고 있으며, 온천천과 근교 산책 때 아내의 비서 역할도 잘 해내고 있으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술 마시지 않고 가정에 모범생이 되니
힘도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과음의 숙취로 인한 피곤함과 늦잠이 없으며 아침부터 머리가 맑아진다.
집에서 취미로 두는 인터넷 바둑도 맑은 정신으로 두니 그동안 한 번도 못 오른 5단에서 오래 머물기도 하였다.
스무 살 무렵부터 술을 멀리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애주가로 살아왔는데, 한 달 이상을 술 마시지 않아도 전혀 금단 현상도 생기지 않았다.
하릴없이 술을 왜 마시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친구를 만나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즐겁게 노래를 하는 것도 재미있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관계를 돈독히 하기 때문이리라!
그동안 술을 금하면서도 친구들의 안부와 대화는 가끔 전화와 SNS로 해결하였다.
하지만 노래방을 가고 싶은 마음은 참으로 간절한 것이었다.
서로 18번을 익히 아는 친구들과 마이크와 박수를 교환하는 그 즐거움 말이다!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최근 치통의 고난 속에서도 노래방을 두 번 가게 되었다.
한 번은, 친구 넷이서 늘 하듯이 내기 당구를 치고 저녁을 먹은 후 노래방으로 갔다.
모두 술과 노래를 무척 좋아하며 박수 매너도 좋아 한곡을 뽑고 나면 마치 가수라도 된 듯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노래 실력은 보통의 수준이나(그중 내가 최악의 수준), 노래에 대한 학구열과 진지한 자세는 높이 살만하다.
한 친구는 산행 때도 휴대폰 연결 마이크를 지참할 정도로 노래 열정이 강하다.
노래 순번은 공정히 지켜지므로 각자 부르는 노래 수는 일정하며, 보통 두 시간 정도 노래방에 머물면 갈증이 해소된다.
또 한 번은, 이십 대 후반에 자주 만났던 친구 넷이서 오랜만에 만났다.
옛날을 상기하면서 기타 반주를 해주는 무대 있는 음악실에서 노래를 불렀다.
함께 노래를 불러본 것이 30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명멸했던 가수들 만큼 우리들 노래도 다양해졌으리라!
악기 몇 개를 연주하며 노래 잘하는 친구는 이날도 여성팬들을 대거 대동했었다.
예전의 젊고 생생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청춘의 황금기를 추억해본 것으로 의미가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최근 이 두 번의 모임에서 나는 새로운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술을 마셔야 노래가 잘된다'라는 생각을 가졌었지만, 그게 아니고 정반대였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친구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해본 것이다.
이전에는 노래를 하면서 호흡도 고르지 못했으며, 첫 음을 잘못 잡아 고음은 부르지도 못해 기본도 안 되는 악순환을 거듭했었는데, 술 없이 불러본 노래들은 참으로 편안하였다.
시작부터 낮은음으로 고요하게 잘 불려진 것은 술을 하지 않아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한 덕분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노래 못함의 핑계를 술로 돌리는 것인지 모르겠다만~ㅎ)
이것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앞으로 금주를 할 명분과 방법을 찾은 것이다.
술기운이 없어야 더 노래가 잘되는데 어찌 내가 술을 마실 수 있겠는가!
그러나 금주에의 장담은 금물이 될 것이다.
곳곳에 애주가들이 계시고, 소량의 알코올은 노래를 더욱 매끄럽게 할게 분명할 터인데, 어찌 술을 멀리 할 수 있을까?
서로 집이 가까운 노래 친구가 있다. 가끔 가벼운 치맥을 하고 노래방으로 갔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단 한번 갔을 뿐이다.
노래 실력도 좋고 선호하는 곡도 7080 위주로 나와 비슷하여 노래방에서 최상의 파트너다.
단, 옥에 티라면 내가 노래할 때 이 친구가 무심결에 따라 한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너무 커 마이크를 잡은 내 소리를 넘어 결국 내 노래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내가 더욱 새로운 곡(친구가 전혀 못 따라 할 곡)을 개발하는 자극제가 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향후, 술 보다 굳건한 노래 동지의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어떤 시인은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라고 했으니, 늘 청춘의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살아가야겠다.
노래가 잘 안되고 엉망일 때에도 스스로 재능 없음을 슬퍼하지도 않고, 술 핑계도 대지 않을 터이다.
평소 흥얼거리며 노래 연습을 많이 하고, 술은 가능한 아껴 마시면서 노래와 건강을 모두 잡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