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노래방

by 화당

오래간만에 친구와 동래파전, 치맥을 다정히 나눠 마시고 집으로 향하는데, 명륜 1번가 빛의 거리에 '동전 노래방' 이란 처음 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하~ 저것 봐라. 여기를 한번 가볼까나. 그래~ 그것도 좋겠네! 00 대학로에서 많이 보았던 것인데 구경이나 한번 해볼까.'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젊은 주인이 '어서 오세요.' 반긴다. '손님! 이곳은 일반 노래방이 아니라 술은 팔지 않습니다. 아~ 예 알고 왔어요, 술은 많이 마셨으니 더 필요가 없고요. 그런데 동전을 바꿔야 합니까? 예~ 천 원에 세곡이며 카드도 되니까 여기서 계산해 주시면 됩니다. 아~ 예 그럼 오천 원 치만 하고 갈게요. 예 바로 앞 1번 방에 열다섯 곡을 넣어두었으니 들어가세요.'


한 평이 채 안될듯한 방에는 앞에 노래 화면 기기와 마이크 두 개, 노래책과 리모컨, 종이컵 두 개, 2인용 긴 의자가 놓여있으며 조금 답답함이 느껴진다.


오직 둘 중 한 사람은 앞을 보며 노래를 부르고, 그동안 한 사람은 함께 따라 부르거나 책ㆍ리모컨으로 노래를 찾을 수밖에 없는 공간뿐이다.


나는 최근 가장 부르고 싶었지만 노래방 책에서 결코 찾을 수 없었던 노래 '박은옥의 회상'을 눌러보았다. 바로 튀어나온다. 정말 반갑다. 마이너 격의 노래방이지만 개업한 지 며칠 안 되는 새롭고 산뜻한 기기가 고마울 뿐이다.


이어서 친구와 교대해 가며 '서해에서, 양수경의 인연' 등을 불렀다.


캔맥주도 없어 싫다며 나가자고 했던 친구도 금방 노래에 빠져서 '이치현의 집시 여인, 사랑의 슬픔, 이장희의 잊혀진 사람' 을 불렀다.

이 친구와의 노래는 한참 철 지난 노래지만 좋아하는 곡들이 비슷하다.


각자의 마이크에 덮개를 씌우고 기기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하는데, 일체의 잡념 잡담 잡음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내게 보이는 것은 오직 화면에 흐르는 노래가사뿐이다. 어울리지 않는 몸 흔들며 움직일 공간도 없으므로 그 어떤 외부의 개입도 허용하지 않는다.

오직 내면에 스며드는 곡과 가사를 응시하며 스스로의 감정에만 빠져든다.


마치 긴 세월 연습한 곡들을 발표하는 나의 오디션 장으로 상상되어 지기도 한다.


창 밖 복도를 지나치는 청년들이 많이 보인다. 오미트론이 위세를 떨치고 일자리가 없을지라도, 그들은 노래를 부르고 싶고,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밝고 즐거운 모습이리라.


정말 오랜만에 부르고 싶은 노래를 동전노래방 우물에서 갈증을 해소하였다.


5천원의 행복이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찾았으며, 술보다 노래만 파는 신세계를 만나서 즐거웠기에, 앞으로 노래방 선택의 여지도 더욱 넓어졌으리라.


'사장님, 잘 놀았습니다. 그런데 술은 다른 곳에서 가지고 와도 마시질 못하는지요? 예~ 오실때 말씀드렸듯이, 실제 이곳은 초중학생 위주의 노래방으로 허가가 나서 실내에서도 금주를 해주셔야 합니다.

아~ 잘 알겠습니다. 예~ 또 들러 주세요.'


동전만한 공간에서 처음 느껴본 기쁨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 가끔 들러야겠다.


하지만, 행여 여기서 만나는 초중학생들이 나를 보고 이 노래방 물이 흐려졌다고 한물 갔다고 무심코 내뱉는 말을 듣게 된다면 참 슬프지 않을런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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