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고향집 아버지께 갔다. 며칠간 소화가 안되어 죽을 드셨단다. 지압을 해드리려 하니 한사코 전기 안마기로 눌러 달라고 하신다.
아버지는 컨디션이 조금만 좋아도 말씀을 많이 하시는 달변가이다.
"공자 말씀에 그 사람을 알려거든 그 사람을 보지 말고 친구를 보아야 한다. 그만큼 벗이 중요하다."
항상 듣는 이야기지만 새겨들을만한 말씀이다.
고령으로 후배와 제자들이 벗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작고한 옛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묻어난다.
젊은 시절 00국민학교에 교편을 잡으셨을 때 제자였었던 000 님께서 얼마 전에 돌아가셨단다.
고인께서는 당시에 일찍 부친을 여위어 담임인 아버지께 많은 의지를 하였단다.
아버지도 고인 누나의 포목상에 우리들 혼수도 팔아주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고 한다.
아버지보다 10년 연하의 고인도 평생을 교직에 몸담으셨고, 생전에 향교 등에서 만나면 언제라도 사제지간의 예의와 다정함을 나누었으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씀을 실천한 분이란다.
오래전 여름방학 때 아버지 계신 00중학교 숲에서 제수를 준비해와 학교 발전과 스승 건강을 위한 고사까지 지내셨었다.
정작 본인이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자녀들에게 삼우를 지나서 아버지께 연락드리라고 말씀하셨단다.
부고를 받고 노스승께서 문상을 오는 불편과 슬픔을 드릴 수 없다는 참으로 맑은 마음이셨다.
삼우가 지나 연락을 받은 아버지는 늦었지만 만장에 적을 시와 부의금을 갖고서 상주를 위로하셨다.
挽鄭埰冑
「太宗臺海落星波 枯渴山雲華月遮
何處再逢天界樂 可憐逆理淚珠河」
「태종대 바다 떨어진 별빛 파도
고갈산 구름 밝은 달을 가리네.
어디서 다시 만나랴,
하늘나라에서 즐기자.
가련하다 역리의 눈물이 강물 같구나!」
백세를 바라보는 아버지가 후배, 제자의 부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위로와 정성을 다하는 것이 또 다른 삶의 진정한 방식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