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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우 Oct 26. 2022

교수님께서 수업 도중에 날 혼내시다가,

말실수를 하셨다


 그러니까 다섯 달 전의 일이다.


 이 순간이 종종 생각난다. 나는 왜 혼나고 있었냐면,







 본인이 쓴 중간 레포트 내용과 그 논리 정립 과정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자유 발표라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편한 마음으로 앞선 학생분들의 발표를 듣고 있자니 내 사유 체계의 부족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 수치심의 내용은 이러했다. 내 레포트가 단지 무언갈 따라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저 유명한 사상가의 주장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 글을 레포트라고 제출하다니. 교수님게서 강조하신 ‘내 목소리’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느껴 부끄러웠다. 하지만 용기내어 날 더 궁지에 몰아보기로 했다. 공개적으로 교수님의 비판을 듣고 창피를 당하는 경험이, 내 부족한 레포트를 가지고 경험할 수 있는 최선의 성장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더 똑똑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론 겁이 나 나도 모르게 쥐구멍을 만들고자 한 모양이다. 손을 들어 발표를 자처하고는 서두에 이런 사족을 붙였다.


“앞선 학우분의 발표를 들으니 제 레포트가 매우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곧바로 교수님께서 발표를 제지하셨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우의 정의는 절대적인 것이야. 상대적인 것이 아니야. 교수 말이 다 맞아? 네 의견은 틀려? 그럼 나랑 토론 안 할 거야? 중요한 건 네 의견이 담긴 레포트가 탄생되었다는 거야.”


발표 내용을 조금씩 학술적인 용어로 손보아주시고,


“지우야. 이게 네가 만든 정의야. 이게 못났어? 지우야 아빠가…


아, 아이고. 진짜 딸년으로 생각하다보니. 너네 다 딸년 아들놈 같아. 내가 그렇게 생각해. 다시. 여러분도 이거 가슴으로 들으세요. …”







눈물 찔끔 나게(감동 받아서) 한껏 혼나고서 내 레포트에 대한 감상을 교수님께 말씀드리니, 그래. 네오 막시즘 정도일 수는 있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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