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전에 친구와 단호박 타르트를 먹으며
금세 추워질 거라 예감했는데,
예상보다 여름이 길었다.
덕에 가을만 목 빠지게 기다렸다.
쌀쌀해지면 단호박 죽을 해 먹으려고
마트에서 단호박을 주시하기 시작한 지도 오래다.
죽을 담을 예쁜 그릇은 이미 찬장에 준비되어 있었다.
어제는 기온에 적절한 옷을 고르려고 발코니 문을 살짝 열었다가
문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찼고
오랜만에 사각거리는 겉옷을 입고 나가면서
새로이 가격표가 붙여질 단호박을 생각했다.
이번 가을엔 계절과 어울리는 음식, 노래, 옷, 문학을 시간을 들여 가까이하려 한다.
취향이 담긴 가을을 지나다 보면 그것이 더 선명해질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