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가 현실이 된다면,
이 회사에 입사 후 이 주간 일을 배웠다.
본격적으로 일을 한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고 배우기 위해 쓴 리포트가
100장을 돌파했다.
그리고, 필기한 노트는 총 세 권이 됐다.
내가 백 퍼센트 원했던 분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고 배울 수 있다는 감사함을 갖고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 돌아가는 회사 분위기를 파악해 가니 나도 속 안에서 속앓이도 하고 답답해할 때 꽤 있었다. 회사의 매니지먼트에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었지만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배우자는 마인드로 불만이 있어도 일단 삭히며 해야 할 일들을 우선적으로 두었다.
내가 다녔던 회사의 점심시간은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으로 직원이 원할 때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집과 오피스가 가까워 점심시간 동안 집에 갔다 올 때도 있었다.
회사에 야근도 거의 없고 퇴근 시간이면 바로 퇴근을 하거나 오피스와 집이 가깝다는 장점을 생각하며
다른 부분에 불만 토하지 말고 장점 보고 다니자 했다.
처음에는 숨 막힐 거 같은 오피스 분위기가 싫었지만 이내 한 달 정도 되니 적응하였고 그냥 ‘일만 하자’ 마인드로 바뀌었다. 회사 사람에게 정을 주면 오히려 되려 다치기 십상이고 그냥 일 하러 다녀야겠구나 싶었다.
우리 팀에 나 말고도 한국인이 한 명 더 있었다.
그 분과 나와의 종종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거나 내가 일에 관한 질문을 해야 할 때 일이 너무 바빠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며
종종 한숨을 푹푹 쉬는 것을 볼 때마다 사실 속으로 참 미안함과 그리고 난처함이 함께하곤 했다.
나도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랴.
하지만 난 아직 육 개월도 채우지 못한 신입이었다.
어느 날은 몸이 안 좋아 목이 아주 안 좋은 상태로 출근을 했다. 콜록콜록 거리며 일을 하는데 슬그머니 뒤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알고 보니 다른 팀 부서의 디렉터였다.
나에게 다가오더니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내가 회사의 장점을 찾으려고 했던 것 중 하나는 이런 점이 없을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역시나 회사에서는 어딜 가도 이런 '소통의 장'은 피할 수 없나 보다.
타 부서의 상사는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이 회사에 일할 것이냐며 물었고 각종 인터뷰 질문을 세례 받았다. 이 질문을 받은 나는 속으로 너무나 뜬금없는 타이밍들에 대해, “?” 던졌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평소에는 일대일로 말 한마디 해본 적 없던 그 분과 졸지에 내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나를 경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은 나만의 섣부르고 어리석은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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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해외에 나오면 한국인들끼리는 똘똘 뭉치는 게 아니라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하는데 문득 그 시점에서 이 말이 생각났던 건 뭘까?
으쌰으쌰 하며 같이 일할 수 있는 곳은 원더랜드만 존재할 수 있는 걸까 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