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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단지 당신을 지키려 한다.

고립은 당신 탓이 아니다.

by 디오소리

나는 이전까지 고립감을 느끼는 이유를 ‘내가 유난히 약해서’, 혹은 ‘성격이 문제라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인간의 고립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환경과 뇌의 충돌에서 생긴다는 것을...

‘연결본능’의 저자 페터르 보스는 인간이 진화 내내 “누군가와 함께 있음”을 기준으로 생존해 온 존재라고 말한다. 과거의 인간은 크고 작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표정을 읽고, 가까이서 숨결을 느끼며, 목소리와 리듬을 공유하면서 안정감을 얻었다. 즉, 대면 관계·신체적 가까움·정서적 접촉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청년이 살아가는 현실은 이 설계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1인 가구는 빠르게 증가했고, 타지 생활은 보편화되었으며, 대부분의 관계는 SNS 화면 속 하이라이트로만 유지된다. 겉으로는 “초연결 시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친밀감의 기반이 사라진 시대에 가깝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고립감이 더 빠르고 깊게 찾아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페터르 보스는 외로움이 ‘잘못된 마음의 신호’가 아니라 *danger signal(생존을 위한 경고 신호)라고 설명한다. 외로움은 우리를 고립시키려는 감정이 아니라, 고립 상태에서 다시 연결로 돌아가게 만드는 본능적 알람의 형태로 보았다.

하지만 연결이 끊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는 점차 경계 모드에 들어간다. 옥시토신 시스템은 저하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상승하며,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다. 이것이 확장되면 자기 비난과 회피 성향이 강화된다. 그 결과 청년에게는 관계를 시도할 힘이 점점 사라지며, 최종적으론 정서적 허기와 무기력의 블랙홀과 함께 외로워서 고립되고 고립돼서 더 외로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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