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살던 어느 저녁이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
버스에서 내려 우산을 접고,
현관문을 열며 조용히 말했다.
“다다이마.”
혼자였지만, 그 말이 입에서 나왔다.
문득, ‘왜 아무도 없는데 이 말을 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겼다.
‘다다이마(ただいま)’는
사실 “ただいま帰りました”,
즉 “지금 막 귀가했습니다”라는 말에서
앞부분만 남은 표현이다.
‘ただ(唯)’ – 오직
‘いま(今)’ – 지금
직역하면 “오직 지금”,
말 그대로 ‘바로 지금 막 도착했어요’
라는 시간의 고백이다.
하지만 그 말속에는
시간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아무도 없어도 “다다이마”를 말하는 이유는
내가 이 집의 일부라는 선언 때문이다.
오늘 하루
세상에선 수많은 이름 없이 살아야 했지만,
적어도 이 문을 여는 순간만큼은
나는 돌아온 사람이 된다.
혼자라도,
그 말은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
“오늘도 잘 버텼어.”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야.”
“이 자리는 여전히 너의 것이야.”
일본엔 “다다이마”와 짝이 되는 말이 있다.
“오카에리(おかえり)” – “잘 다녀왔어”, “어서 와.”
누군가가 이 말을 건네준다면
그 순간은 말할 수 없이 따뜻해진다.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를 버티며
세상이라는 바깥을 걷는다.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멀리 돌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 말 하나면 충분하다.
“다다이마.”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당신의 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