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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기 전에 고개를 숙이는 나라

by 다다미 위 해설자

일본에서 처음 식당에 들어갔을 때였다.

자리를 안내받고 앉자마자, 옆 테이블 사람들이 동시에 말했다.

"이타다키마스."


그 말이 툭 튀어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별다른 표정도 없이,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그들은 마치 무언의 약속처럼 그 말을 했다.


"받겠습니다."


처음엔 그냥 밥 먹기 전에 하는 인사말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말엔 깊은 뜻이 있었다.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는

단순히 "잘 먹겠습니다"가 아니었다.


“당신이 만들어준 이 음식,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안에 담긴 노력과 수고를 제가 받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생명을, 제가 먹습니다.”


그 한마디 안에는

농부의 땀, 요리사의 손길, 그리고 희생된 생명에 대한

고요한 존중이 들어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이 인사를 초등학생도 한다는 것이다.

급식이 나오면, 어린아이들이 두 손을 모은다.

"이타다키마스!"

장난기 섞인 목소리 속에도,

그 문화는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있었다.


한 끼를 대하는 태도.

그건 단지 식습관이 아니라, 가치관이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그들은 또 조용히 한마디를 한다.

"고치소사마데시타(ごちそうさまでした)"


그건 마치 식사를 마친 기도의 마지막 구절 같았다.

"잘 먹었습니다"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더 겸손한 말.

‘이 한 끼를 위해 애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말 한 줄이, 사람을 참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 쉽게 밥을 먹어왔구나.


배고프면 허겁지겁,

맛이 없으면 핀잔부터,

음식이 나오기 무섭게 폰부터 들고.


한 끼를 위해 누군가 일하고, 만들고, 나르고, 담아낸

그 수고 앞에서

나는 얼마나 함부로 먹었는가.


일본 사람들은 식사를 전투처럼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밥상은 경건한 시간이고,

음식은 받아들이는 대상이며,

그 한 끼는 감사의 표현이다.


오늘 점심을 먹기 전에

딱 한마디만 해보면 어떨까.


"이타다키마스."


입에 붙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마음속으로라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밥상 앞에서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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