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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찾다 굶을 뻔한 이야기

by 다다미 위 해설자

일본 여행 첫날,

숙소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몰려오는 건

여행의 설렘보다도 더 강렬한 공복감이었다.

배가 고파 스마트폰을 켜고,

익숙한 손가락으로 이렇게 검색했다.


“ 일식 맛집”


일본 지도 앱엔

‘일식(日食)’이란 단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현지 간판에도, 일본어 메뉴판에도

‘일식’은 없고, 그 대신

‘和食(화식)’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게 많았다.


“화식...? 저건 뭐지?”


그때 옆에 있던 일본 친구가 웃으며 말해줬다.

“일본 사람들은 자국 전통음식을 ‘화식’이라고 해.

‘일식(日食)’은 해가 가려지는 날이야.”

... 그제야 이해가 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식’은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전혀 음식이 아닌 거다.

하늘이 어두워지는 날.

혹은 최근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하루 한 끼 먹는 식단’.


그러니까 나는

밥을 찾으려다, 굶겠다고 말한 셈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많은 걸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와식(和室)’은 다다미 깔린 방이고,

‘화복(和服)’은 기모노였고,

‘화식(和食)’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일본의 정체성과 태도가 담긴 한 상이었다.


화식의 그릇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식재료는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되며,

“いただきます(잘 먹겠습니다)” 한마디에

농부, 요리사, 자연에게 보내는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그냥 일본 음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건 조화, 절제, 감사, 계절…

삶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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