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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다미 방에서 느낀 문화 충격

by 다다미 위 해설자

“어, 바닥이 왜 이래…?”


일본 여행 첫날밤.

예쁜 다다미방에 짐 풀고,

이불 펴고 누웠는데…


바닥이 너무 낯설더라.

따뜻한 기운이라고는 1도 없고,

그냥 나무에 짚 매트 깐 느낌 그대로야.


처음엔 좀 설렜거든.

‘오~ 일본 전통 다다미방!’

사진 찍기엔 분위기 최고였지.


근데 막상 누우니까...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어.


방이 너무 예뻤어.

창밖에 눈도 오고,

목욕도 딱 하고 들어왔고,

다다미 특유의 냄새도 좋고.


그래서 괜히 더 기대했는지도 몰라.

‘이런 데서 자면 진짜 힐링되겠다~’ 싶었거든.


근데 이게 뭐야.

이불도 두툼한데

등짝이 오싹한 거야.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너무 현실적이라

분위기에 취할 틈이 없더라고.


현지 친구가

“코타츠 써봐~ 완전 따뜻해!” 이래서

발을 넣어봤거든?


와… 진짜 발은 살겠더라.

발가락 사이로 온천이 흐르는 줄 알았어.


근데 무릎 위는?

그대로 냉동.

허리는 그냥 북극권.


발만 천국, 나머진 냉장고.

이건 뭐… 따뜻한 듯 아닌 듯한 반쪽짜리 행복이었지.


다다미 위에 누워 있으니까

자꾸 우리 집 생각이 나는 거야.


겨울밤, 슬리퍼 벗고 들어가면

바닥에서 올라오던 그 포근한 열기.

엉덩이부터 퍼지던 따뜻함.

이불이 별거 아니어도

바닥이 먼저 날 안아주는 기분.


아… 그거 진짜 그리웠어.


온돌은 정이 있었어


다다미는 딱 봐도 단정하고 고요했어.

예의 바르고, 깔끔하고, 뭔가 미니멀한 느낌.


근데…


“나… 좀 데워줄 순 없니?”


그 따뜻함이 없으니까

왠지 말도 조심하게 되고

허리도 똑바로 세우게 되더라.


반면에 온돌은

말 안 해도 다 받아주는 바닥이었지.


딱 눕는 순간


“그래, 오늘도 수고했어.”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


진짜 그런 친구 있잖아.

아무 말 없어도 옆에 있으면 편한 사람.

온돌이 딱 그런 존재였던 거지.


한국 돌아오자마자

짐도 안 풀고

바닥에 그냥 벌러덩 누웠어.


“아… 이거지.


이게 집이지.

이게 한국이지.

이게 진짜 ‘정’이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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