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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 피로 물들다(2)

by 다다미 위 해설자

동북쪽의 성인군자 – 우에스기 겐신


전국시대라 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세요?

목 베기, 약탈, 불 지르기… 이게 공식이지요.


근데 말입니다.

그 피비린내 나는 시대에,

칼에 예의를 입힌 사무라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에치고의 우에스기 겐신!


이 양반요, 싸우긴 싸워요.

근데 도둑질은 금지!

약탈도 금지!

여자와 아이는 손대지 마!


그 유명한 말 있죠.


“전쟁에도 도가 있다.

검은 백성을 위한 것이다.”


진짜 그 말 그대로 합니다.


적진에서 식량이 남았어도요?

안 가져갑니다.

오히려 “이거 놔두고 가자, 저 집 애들 굶겠다” 이래요.


이쯤 되면 뭐다?

전쟁터의 보살, 무사의 성인군자!



그런데… 평화를 원해도, 산을 넘는 놈이 있다


근데요.

세상이 정의만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 정의를 깨부수는 놈도 있기 마련이죠?


붉은 갑옷, 말을 탄 거인.

그 이름 다케다 신겐(武田信玄)!


그가 산을 넘어,

순식간에 우에스기 영토를 덮칩니다.


“움직임은 바람처럼,

머무름은 숲처럼,

공격은 불처럼,

지킴은 산처럼.”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풍림화산(風林火山)입니다.


무슨 시조시인도 아니고,

이걸 전술로 써먹습니다.

실제로 써요.


산맥을 휘감는 말발굽 소리에

우에스기의 병사들이 놀라 뒤로 나자빠질 정도.



카와나카지마 – 두 호랑이의 만남


이 둘, 총 다섯 번 싸웁니다.

카와나카지마 전투라 그래요.


근데 말입니다.


이게 진짜 레전드인 게 뭐냐면,

한 번도 결정적으로 못 이겨요.

둘 다!


“아니 그럼 왜 싸운 거야?”


형님들, 싸운 이유가요…


둑이 저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카와나카지마 전장은요,

강을 가운데 두고, 둑 하나씩 잡은 거예요.


근데 그 둑이 서로 너무 높아.

움직이면 보이고, 움직이면 맞고,

공격하려고 내리면 이미 죽어 있어요.


5번 싸워도,

항상 "요 둑 하나 때문에"

밀지도 못하고, 치지도 못하고,

결국 서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그 둘은, 서로를 가장 존중했습니다


우에스기는 말합니다.


“적이지만, 존경할 만한 무사다.”


다케다도 말합니다.


“그대만은 함부로 죽일 수 없다.”


한 번은 우에스기가 쌀이 떨어졌다고 하니까

다케다가 쌀까지 보내줘요. 진짜로!


이게 전국시대냐?

무사시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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