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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주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by 다다미 위 해설자

1598년, 오사카성.

사람들이 전부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왜냐?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 유명한 “바늘 장수 출신 전국통일 사내”가

지금, 죽어가고 있었거든요.



히데요시는요,

그날 밤 오사카성 침상에 누워,

뜨거운 물도 넘기지 못하고

"내가 만든 천하… 누가 지켜줄꼬…"

하고 중얼거립니다.



그 마음 아십니까?


아들 히데요리, 겨우 여섯 살짜리 애송이,

어린애를 권력의 늑대들 사이에 던져두고 죽어야 하는 심정.


이 남자,

이길 땐 누구보다 무서웠지만,

질 때는 참 처절했습니다.



그래도 히데요시 답죠.

자기 죽은 뒤를 위해 ‘오대로(五大老)’,

즉 다섯 명의 장군을 미리 임명해 둡니다.


“내 아들을 좀 부탁해요.

부탁해요, 형님들…”


그중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때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근데

그 끄덕임이 무서운 겁니다.


왜냐?


진짜 무서운 사람은요,

말 많은 사람 아니고, 말 없는 사람입니다.


속으로 다 계산 끝난 사람이요.



히데요시가 죽자마자

일본 전역이 술렁였습니다.


“이제 누구 명을 따라야 하냐?”

“히데요리? 애기잖아.”

“도쿠가와가 요즘 세 보이던데?”


그렇게 사람들은 눈빛으로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누구에게 충성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이기느냐에 줄을 서는 시대.


진짜 전쟁은

히데요시가 죽은 다음날부터 시작된 거예요.



히데요시가 죽고

임진왜란도 끝났습니다.

일본군은 물러나고,

조선은 폐허가 되고,

명나라는 속이 다 뒤집혔고…


그런데 말이죠

사람들 손에 쥐어진 칼이 안 내려갑니다.


왜?


“혹시 모르니까… 나만 바보 되기 싫으니까…

내가 먼저 내려놓으면, 뒤통수 맞을까 봐…”


이게 인간입니다.

외적과 싸우는 전쟁은 끝났지만,

내부에서 눈치 보고 칼 가는 전쟁은 시작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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