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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의 기막힌 질서 유지법

by 다다미 위 해설자

오늘은 일본 에도 막부 시대 이야기인데요—

이게 그냥 “평화로운 시대”가 아닙니다.

진짜 기가 막힌 “사람 다루는 기술”,

“사고 안 나게 나라 굴리는 법”이 있었어요.


지금으로 치면요,

칼 찬 애들을 200년 동안 싸움 없이 살게 만든 법!

말이 됩니까?

그걸 해낸 게 도쿠가와 이에야스예요.


그런데, 이 사람이 단순히 “무력”으로 눌렀느냐?

천만에요.

사람을 조용히 지치게 만드는 시스템—

그게 바로 ‘산킨코타이’, ‘신분제’, ‘사무라이 통제’입니다.



1. 산킨코타이 – “이리 와, 갔다 와, 다시 와”


먼저 ‘산킨코타이(參勤交代)’라는 제도가 뭔지 아셔야 해요.


뜻은 간단합니다.


“지방 영주들은 1년은 에도(도쿄) 살고, 1년은 자기 땅 가서 살고, 또 1년 후엔 다시 에도로 와라.”


한마디로 왔다 갔다 하라는 거예요.

그냥 가는 것도 아닙니다.

부인, 자식, 수행원, 노비, 말, 보따리까지—

퍼레이드처럼 줄줄이 끌고 갑니다.


왜 이렇게 번거롭게 했을까요?


형님들, 이거 교통비 깨지라고 한 겁니다.

“반란할 돈 남기지 마라.”


게다가 부인은 에도에 ‘인질’처럼 붙잡아놔요.

영주가 뭔 짓 하려 해도,


“너 반란하면 네 마누라 죽는 다잉~”


완전 쐐기를 박는 거죠.


지방 영주들?

겉으로는 화려하게 에도로 올라가지만,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갑니다.

돈 깨지고, 시간 깨지고, 군사력 분산되고—

이게 진짜 정치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입니다.



2. 신분제 – “너는 태어나길 농사꾼이야”


자, 다음은 일본식 신분제입니다.

이게요, 우리 조선의 양반-상놈보다 더 찝찝합니다.


일본은 이걸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불렀어요.


사(士): 사무라이


농(農): 농민


공(工): 장인


상(商): 상인


들어보면 그럴싸하죠?

근데 이게 완전 고정 박제입니다.

태어날 때 정해지면 죽을 때까지 그 신분이에요.


도망가도 못 바꿔요.


“너 얼굴에 이미 ‘농민’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어.”


심지어 상인이 돈이 많아도요,

사무라이가 길거리에서 걷다가

“에잇, 네놈이 어디 감히!” 하며 뺨 때려도 참아야 해요.

왜냐?

상인은 사무라이보다 아래니까.


그런데 웃긴 건—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역전돼요.


무사들은 돈이 없어 굶고,

상인은 장사해서 점점 부자 돼요.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돈 많은 상인이, 힘없는 무사를 고용하는" 시대!


그러니까 겉은 고정되어 있어도,

속은 썩어가는 거죠.

이 신분제, 결국 시대를 못 따라갑니다.



3. 사무라이 통제 – “칼은 있어도 쓰지 마”


에도 막부가 제일 무서워한 게 뭔지 아십니까?

사무라이끼리 칼부림 나는 거.


그래서 제일 먼저 한 게 뭐냐?


“전국 무사들, 다 도시에 모여 살아라.”


왜냐?

시골에 무사가 흩어져 있으면 모여서 반란합니다.

근데 도시에 묶어두면요—

뭐 하겠어요?

놀아요.


놀다 보면요—

칼보다 술, 예술, 연애에 빠져요.

결국 무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돈 빌리고,

길거리에서 짠내 나는 존재가 됩니다.


게다가 나라에 전쟁이 없으니,

전투 기술도 필요 없어져요.


사무라이가 뭐로 먹고 삽니까?

월급!


근데 재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월급은 깎이고,

무사들은 점점 "칼 든 백수"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부는 칼을 뺄 권리는 계속 줍니다.

왜냐?


“니들 자존심은 우리가 지켜줄게.

근데 쓰지는 마. 칼 뽑으면 죽어.”


이게 진짜 미친 통제예요.

자존심은 줘도, 실권은 뺏는 정치.



에도 막부는 칼 하나 안 쓰고

260년을 통치했습니다.


영주들은 산킨코타이로 지치고,


백성들은 신분제로 가둬놓고,


무사들은 예술에 빠져 칼을 잊게 만들고—


말 그대로 “움직이지 마라!”라는 정치였던 겁니다.


그런데, 그 평화의 대가는요?

불만, 피로, 불평등.


결국 그게 쌓여서

메이지유신이라는 ‘폭발’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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