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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Jul 27. 2022

살아있는 글쓰기

[책 이야기 13]#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이오덕#강진 다산초당

  "쓰레기 주워."


  성연이와 같이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를 했다. 막 6학년 1반을 지나가려는데 교감 선생님께서 우릴 부르셨다.

  "야, 저기, 저것 좀 주워."

  지금까지 교감 선생님께 걸린 게 몇 번째인지, '싫어요, 선생님이 주우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죽을힘을 다해 참고 쓰레기를 주웠다.

  그러고 나서 계속 속에 있는 말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뚱뚱해 가지고, 저는 안 주우면서 왜 나보고 주우래? 인간성은 되게 드러운데 어떻게 교감이 됐지?"

  교감 선생님이 불렀다 하면 뒷말이 "쓰레기 주워."이다.  이러다가 교감 공포증에 걸리면 어떡해?

                            -어느 6학년 학생의 글-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이오덕] 중에서

  이오덕 선생님께서 쓰신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에 나오는 어느 6학년 학생이 쓴 글을 읽었다. 처음엔 '재미있는 에피소드구나' 생각하다가 재미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는 씁쓸한 느낌에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된다.


  교육이라는 핑계로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는지 떠넘긴 건 아닌지 때론 내가 하기 싫어서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닌지 과거 우리 교육 현장의 모습을 돌이켜봤을 때 딱 잘라 아니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교장실, 교무실 청소, 선생님 책상 정리와 개인 심부름은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가 쓴 공간은 자기가 치우고 함께 쓴 공간은 함께 청소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정작 자기 사무실이나 책상 청소, 개인 심부름을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내뱉는 말에 힘이 실리기 때문에 참으로 어려운 직업이 아닐 수 없다.


  6학년 학생이 쓴 글이지만 이렇듯 마음의 울림을 주는 글이 바로 '살아있는 글'이다! 이 글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게 할 수 있는 '살아있는 글쓰기'를 지도하는데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책은 보물섬으로 가는 보물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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