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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Sep 04. 2022

태풍과 모기, 우리가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책 이야기 21]#태풍 #모기 #생물다양성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기

바로 앞 공원 나무가 곧 다가올 태풍을 예고하듯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역대급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아직 한낮이지만 아파트 지하주차장엔 벌써 차댈 곳이 없다. 며칠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안전문자가 핸드폰에서 요란하게 진동하고 텔레비전과 인터넷 뉴스에서는 시간마다 11호 태풍 '힌남노'의 이동경로와 다른 나라의 피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


벌써 아침, 저녁에는 선선해져 여름 내내 24시간 풀가동했던 에어컨은 안 켠 지 오래다. '이제 여름은 갔구나' 아쉬워할 틈도 없이 가을의 문턱에서 맞이하는 이 강력한 태풍은 여름 동안의 모든 에너지를 한데 모아 마지막을 장식할 것 같은 기세로 점점 세력을 키워 가고 있다. 지난달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심했던 것과 비교해도 이번 태풍은 바람과 강수량 면에서 더욱 위협적이기 때문에 나라 전체가 초긴장상태다.


태풍이 올 때마다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미리 대비하고 안전을 기해야겠지만 무작정 태풍을 우리를 괴롭히는 악당으로 미워할 필요는 없다고. 태풍도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자연현상 중 하나다.


지구의 공기는 대기권 안에서 순환한다. 지구가 계속 움직이고 육지와 바다의 온도차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공기의 흐름이 생길 테지만 늘 일정하게 시간을 정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역의 상공에서 오랜 시간 머물 때도 많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듯이 정체된 공기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봄철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와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며칠이고 머물 때 얼마나 숨쉬기가 힘들었는가? 그리고 지난여름,  정체된 습하고 뜨거운 공기 속에서 우리는 열대야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질식할 듯한 더위와 싸워야 했다.


지구상에서 생기게 되는 이러한 에너지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공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 센 동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태풍이다. 바다가 더 많이 데워질수록 더 센 태풍이 생기게 된다. 이번에 오는 '힌남노'의 엄청난 위력도 지난여름, 환경오염과 온난화로 지구가 더욱 뜨거워졌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졌으리라.


'자업자득'


인간이 지구를 마치 인간만의 것인 양 함부로 사용해서 지구에 사는 다른 식물과 동물과 자연을 배려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지구는 이기적인 인간까지도 품으며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태풍과 폭우와 토네이도 같은 것들을 만들어 망가진 것들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으려고 스스로 노력한다. 그리고 저 깊은 바다에 사는 아주 작고 연약한 생물의 생명까지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태풍을 사용한다. 태풍은 바다를 위아래로 크게 요동치게 만들고 깊은 곳의 산소가 많지 않은 물을 표면까지 뒤집어지게 하여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호흡기로서 역할을 한다. 우리의 생활에는 당장 강한 바람과 많은 비로 인해 피해를 주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물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태풍을 너무 미워하지 말길 바란다.


태풍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생물도 있다. 그것은 바로 모기이다. 내가 여름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도 모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백해무익할 것 같은 모기는 왜 우리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지 어려서부터 궁금했다. 하지만 우리의 피를 빨아먹고 간지럽게 만들고 심지어 병까지 옮기는 모기도 이 지구상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 있다. 모기가 병만 옮기는 게 아니라 여러 생물의 DNA도 여기저기 옮겨 생물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마시고 있는 초콜릿도 모기 덕분이란 것을 며칠 전 인터넷 기사로 보았다.


<모기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뭔데?> 독일의 생물학자 프라우케 피셔와 경제학자 힐케 오버한스베르크가 '모기'에 대한 비유로 생물다양성을 얘기하는 신간이 나왔다. 우리가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생물조차 각자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래서 우리 주변을 묵묵히 유지시키고 있다면, 이대로 절박한 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내버려둬서 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겨레 21, '모기가 없으면 초콜릿도 없다고?' 2022.08.20. 손고운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36/0000046902?sid=103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이유가 있고, 살아갈 가치가 있다. 우리가 자신의 입장에서만 함부로 그 존재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도, 앞으로 내가 만날 어떤 사람도 견뎌낼 수 있는 예방 백신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고, 나에게 닥친 오늘의 시련도 지나고 나면 나를 더 성장시킨 계기가 될 것이니 태풍이 분다고 너무 두려워하지만 말자! 저 깊은 바다속에서 신선한 산소로 맘껏 호흡할 물고기들을 생각하며 태풍 피해가 없도록만 잘 대비하고 지구에서의 그 역할을 다하고 지나가길 기다려보자^^

폭풍우 치는 밤, 제주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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