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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Oct 06. 2022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어린이는 놀 권리가 있다!

"선생님,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 학원 안 가고 맨날 학교만 오면 좋겠어요."


저희 반 아이가 엊그제 한 말입니다.

일단 제가 세운 1차 교육목표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듯하네요^^

가고 싶은 학교!


아침에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교실문을 들어서고 활짝 웃으며 저에게 인사합니다.  그리고 집에 갈 시간에는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갈 생각을 하지 않다가

"집에 갈 시간입니다."

라고 제가 큰소리로 말하면 그제야

"벌써요?"

하면서 가방을 챙깁니다.


교실 3분의 1의 공간을 자료함으로 경계를 세워 매트를 깔고 놀이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책상은 공부할 때 앉고, 책가방은 사물함 위에 가지런히 놓아 통행에 불편이 없게 했습니다. 놀이공간에는 갖가지 보드게임과 미니 스포츠 도구를 준비해서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손 소독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를 잘 쓴 상태에서 모두 앉아서 놀이를 합니다. 놀이를 마치면 놀았던 것들을 제자리에 다같이 잘 정리하고 또 손을 깨끗히 씻습니다. 그 후 수업시간에 해야 할 공부를 빨리 마치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놀이공간을 이용합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2년이 넘게 친구들과 대화도 신체활동도 체험학습도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 이 놀이시간은 그동안 누리지 못한 친구들과의 매우 중요한 것들을 쌓는 시간입니다. 배려, 존중, 규칙 준수, 양보 같은 사회성과 함께 살아가며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를 배웁니다. 순발력, 민첩성 같은  신체 협응 능력도 나날이 늘어갑니다. 오늘 아침 뉴스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유아의 언어발달과 사회성 발달 지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른들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선생님, 오늘은 공부 안 해요?"

"여러분은 이미 오늘 해야 할 공부도 다하고 심지어 엄청 잘했습니다."

2차 목표도 잘 진행되고 있네요^^

스트레스받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하기!


책 한 권 읽고 인상 깊은 장면 메모한 후, 수학 문제 풀기 미션 완료한 후, 놀이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면 우리 아이들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1시간 동안 해결할 과제를 짧은 시간에 해내버리는 능력자들입니다. 물론 아무 조건 없이도 놀이시간을 충분히 줍니다. 놀고 나면 공부도 재미있게 금방 해버리니까요^^


사실 한 시간 수업 중에는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보다 주의 집중시키고, 수업 방해하는 학생 지도하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됩니다. 집중하면 금방 해낼 수 있는 과제들이니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공부를 빨리 끝내고 놀이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때에는 운동장에 매일 나가 줄넘기도 하고 화단 식물과 곤충들도 관찰합니다. 학교에 있는 컴퓨터실, 도서실, 음악실, 강당, 놀이실, 과학실 같은 다양한 특별실을 활용하면 교실에서만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저희 반은 집에 가기 바로 전, 이렇게 외칩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기"

"나도 즐겁게, 너도 즐겁게"

3차 목표도 순항중입니다^^

한 명도 상처받지 않고 소통하는 법 배우기!


공부시간에 거의 말이 없는 내성적인 아이들도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는 엄청 수다쟁이가 됩니다. 아이들의 활짝 웃는 표정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상 즐겁고 사이좋게만 지내는 건 아닙니다. 누구 한 명은 소리를 지르고, 울기도 합니다.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갈등도 중요한 교육자료입니다.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그것을 대화로 서로 맘 상하지 않게 해결하는 자기감정 표현 방법과 문제 해결방법을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하며 하나씩 배워나갑니다. 저와 만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교실에 평화로운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습니다^^


제게 주어진 교육 권한과 의무교육을 성실히 이행하는 테두리 안에서

저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왔던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입니다!


벌써 저희 반 아이들이 보고 싶네요^^

<9월부터 미술 시간에 그린 저희 반(초3학년) 수채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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