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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Jan 29. 2023

안간힘

[책 이야기 24]#유병록 산문집 #오늘이 가는 아쉬움

어떤 침묵은 외면이겠지만, 어떤 침묵은 그 어떤 위로보다도 따뜻하다.


불행에 빠진 사람과 대화하고 등을 토닥이고 함께 운다고 해서 불행이 전염되지 않는다. 자기의 불행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불행은 전염병이 아니다.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게 치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견뎌야 한다. 그 치욕을 견디고 살아가야 한다. 치욕을 견디고, 나아가 치욕의 힘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더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


-안간힘, 유병록 산문집 본문 중에서-




마음에 고통이 생기면

아무리 애를 써도 쉬 가시지 않는다.

모두 내 잘못이라 탓하게 되고

후회만 가득 차올라 더욱 괴로워진다.

조금이나마 그 고통을 줄이려면

밖으로 그 마음을 쏟아내야 한다.

누군가 내 고통을 들어주기만 해도

그 무게가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안간힘>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처절한 고통과

이를 글로 쏟아내는 용기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다 공감하겠는가

어떤 말이 감히 위로가 되겠는가

다만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 말고

내가 위로해 줄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그 들어주기가

위로가 된다니 참 다행이다.


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도 함께 위로가 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


이 말의 의미가 나이 들수록 와닿는다.


마음이 너무 괴로울 땐

한참 후에 이 순간을 떠올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남 얘기하듯 편하게 말하고 있을

미래의 나를 생각한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몸이 아파 병원에 누워 있을 때도

곧 나아서 멋진 풍경 속을

씩씩하게 걸어 다니고 있을 나를 떠올리며 아픔을 견뎌낸다.


‘아픈 건 잠깐일 거야.’

제주 성산일출봉가는 길
제주 탑동 방파제길
제주 한라수목원길
해남 두륜산케이블카 정상 산책길
담양 메타세콰이아길
담양 메타세콰이아길

지금 가진 못하지만 곧 그곳에 있을 나를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회화가 나오는 어학기와 인강을 오늘 하루종일 반복 재생한다. 왠지 여행하는 기분이다.


‘언젠간 저 하늘을 날고 있겠지.’

새벽 2시에도 오늘이 끝나는 게 못내 아쉬워 책을 든 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잊힐까 봐 자판을 두드려 본다.


‘나처럼 잠 못 드는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잠시나마 쉬어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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