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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Apr 10. 2023

가재가 노래하는 곳

#책 #성장소설 #연애소설 #미스터리스릴러 #법정소설 #나를 나답게

가재가 노래하는 곳

저 숲 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


내가 나답게 살고 있는 곳, 내 삶 속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디일까? 언제일까? 누구와 함께 있을 때일까?




  영화 제목이 너무 궁금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원작 소설을 먼저 읽는다. 영상은 글자의 상상력을 뛰어넘지 못하니까. 하지만 간혹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책을 읽어도 상상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영화를 먼저 본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책을 읽다가 제목의 뜻이 너무 궁금해서 읽는 도중에 영화를 보았다. 책에 나온 배경을 잘 담아낸 영화는 보는 내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봤는데도 책제목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책을 펼쳤다.


  영화를 보고 나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도 하고 글로만 봤을 때의 광활하게 펼쳐지는 상상력이 영화 속 영상과 캐릭터의 울타리에 갇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영화를 다 봤음에도 다시 읽어 내려가는 동안 한 번도 지루하지 않고 뻔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의 영상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영화가 책을 헤집어 놓지 않고 조심스레 비춰준 덕분이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뜻을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것인지 몰랐어.”


  글을 처음 배우는 소녀가 한 말이다.


  우리가 아기였을 때 부모님이 계속 반복적으로 “엄마, 아빠“부터 시작해서 말과 글을 우리가 글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바닷가에 어느샌가 밀물이 밀려 들어오듯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하셨다. 영어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말은 잘 못하지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스며들어와 있어 그 깨달음의 순간을 놓쳤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내가 처음으로 의도적으로 내 의지로 생판 모르는 외국어를 배우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겼을 때 소녀의 말처럼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누군가 전등스위치를 켜듯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의 의미를 알게 되는 놀라운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재외학교 파견준비를 하며 집 앞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퇴근해서 두 시간 넘게 중국어를 공부했다. 엄청 열심히 했더니 그 학원에서 가장 빠른 기간 안에 중국어 공인 자격까지 타는 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자격증 시험 한 달 전부턴 아예 학원 문을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내가 직접 잠그고 갈 정도로 열심히 한 덕분이었다.


  여하튼 중국어를 읽고, 듣고, 쓰기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된 후 가게 된 제주도 여행에서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되었다! 제주도는 국제적인 관광지라서 관광 안내 책자나 안내 방송이 4개 국어로 나온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전에는 우리말과 영어만 어느 정도 알아듣거나 읽을 수 있었는데 중국어 안내 책자와 안내 방송에 나온 단어와 문장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내 세상이 이전보다 더 넓어진 것 같았다. 한 번은 식당에서 남편이 고기를 굽는 사이 아이들과 간단한 중국어로 대화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중국인 가족이라 착각하며 힐끗 거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남편은 우리가 하는 중국어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매우 흐뭇하게 바라봤다. 지금은 중국어를 너무 쓰지 않아서 다시 처음 까막눈 시절과 비슷하게 되었지만 내 생애 처음 겪어본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 짜릿함을 다시 맛보기 위해 올해 초부터 다시 어학 공부를 시작했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까지! 써먹겠다는 핑계로 여행도 가고 싶다. 만약 못 가더라도 어학공부는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니 어쨌든 계속 공부할 계획이다.




  올해 새로 시작한 독서토론회 첫 모임에서 처음 받은 질문은


“당신은 왜 책을 읽는가?”


였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전 책이 그냥 좋아요. 책냄새도 좋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그 순간도 좋고, 고른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 기대감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도 좋아요! “




당신을 가슴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

당신만의

가재가 노래 부르는 곳은 어디인가?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인간이 아닌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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