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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Nov 16. 2022

옥상에서 만나요

[책 이야기 23]#정세랑 #소설집 #창비 #절망에 빠진 사람들

63 빌딩과 남산타워와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 삼각형의 꼭짓점에 서 있어도 전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너라면 알겠지.


-정세랑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중에서-

  이 책은 2018년 [창비]에서 발간한 정세랑 작가 소설집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현실 공감 표현에 개구쟁이 미소가 저절로 나옵니다. 그중 책제목인 <옥상에서 만나요> 편을 소개합니다.


  주인공은 절망적인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러 혼자 자주 회사 옥상에 올라옵니다. 회사 일이, 회사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가 절망스러울 때마다 올라간 옥상. 그나마 함께 험담이라도 하던 친한 언니들이 하나둘씩 갑작스럽게 결혼해버려 그마저도 혼자가 됩니다.


  어느날, 결혼이라도 해서 힘든 회사를 떠난 언니들에게서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뜻밖에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주술서를 받습니다. 그 책에서 언니들이 결혼에 성공한 주문, 바로 천생 베필 만나는 주문을 발견합니다. 결혼이 절망으로부터 벗어나는 최상의 선택은 아닌 줄 알지만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의심 가득한 고대 비법서의 주문을 자주 가던 옥상에서 반신반의로 외워봅니다.


  그런데 진짜 무언가가 그녀 앞에 나타납니다. 그것은 '절망'을 빨아먹고 사는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 무언가 ‘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얼마 후 그녀의 절망을 정수리에서 진짜로 빨아들입니다!


  다음날부터 거짓말처럼 그녀는 하나도 절망적이지 않고 몸도 마음도 개운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매일 자신의 절망을 조금씩 빨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녀의 절망이 어느새 거의 사라져 더 이상 '그것'이 빨아들일 절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삼 시 세끼 음식을 먹어야 하듯

뱀파이어가 피를 먹어야 하듯

'그것'은 '절망'을 계속 먹어야 합니다!


  주인공이 찾아낸 해결책은 바로 절망의 빠진 사람들을 '그것'이 있는 자신의 또 다른 옥상으로 데려와 그 사람들의 절망을 빨아먹을 수 있게 하는 것! 다른 먹잇감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녀가 데려온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회사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대학 동기,

모친상을 당한 회사 동료,

힘들게 이혼한 친척 언니,

유전병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친구 오빠,

빚이 많은 아는 동생,

유학을 포기한 대학원생,

교통사고를 당한 운동선수,

대입 삼수생,

공무원 시험 오수생,

뇌종양 수술 후 후각을 잃은 요리사,

재활에 실패한 무용가,

험악한 이웃과 마찰을 겪은 캣맘,

일베로 가득한 교실의 여중생,

도박 중독자,

텔레마케터,

환경운동가,

부인과 사별한 교감 선생님,

수해를 맞닥뜨린 농민,

혹사당하는 청년 인턴,

아토피가 심한 헤어디자이너,

이민에 실패해 돌아온 이민자,

대필작가,

교도관,

구제역 돼지 생매장 직후의 관련인들,

각종 학대에서 겨우 벗어난 사람들,

심각한 식이장애 환자,

20년 넘게 키운 앵무새가 죽은 사람,

진보 정치인의 부인,

극우 국회의원의 딸...

-정세랑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중에서-




혹시 당신도 오늘 절망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그 절망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당신만의 옥상은 무엇인가요?


삶이 힘들어 지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오면

그것들을 희망으로

삶의 의지와 살아낼 힘으로 바꿔줄

옥상에서 만나요!


제 옥상은

책 속에

카메라 렌즈 너머에

브런치 글 안에

기도하는 두 손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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