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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Dec 07. 2021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영산강 서창들녘 #노을 #억새 #핑크 뮬리

집에서

아침 일찍부터 아침식사 준비하느라

아이 밥 챙기고 돌보느라

식구들 여기저기 벗어놓은 빨래 하느라

밥 먹고 그대로 두고 간 그릇과 수저들 설거지하느라

하루만 안 치워도 발 디딜 틈 없는 집 치우느라

집에 있으면 노는 줄 알고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요구사항 많은 식구들 챙기느라

수고했어, 오늘도

직장에서

어제 쌓인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일어나느라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신발 구겨 신고 달려 나가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출근하느라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하느라

밑도 끝도 없는 상사의 잔소리 듣느라

'고객님'이라 부르니 자기가 임금님 동급인 줄 알고

말도 안되는 억지 부리는 사람들에게 웃어주느라

제 입에 들어가는 것도 제 손으로 못 타는 윗사람들

커피와 이름도 어려운 차 가져다주느라

자기 일도 남에게 미루는 얄미운 동료 참아주느라

퉁퉁 부은 다리 잠시 쉬지도 못하고 종종 거리느라

수고했어, 오늘도

학교에서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떠지지도 않는 눈 비비며 학교 가느라

반가운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기 전에

거리두기와 마스크로 혼자 가만히 있느라

좋아하는 체육수업은 하지도 못하고

머리가 터질 듯이 지식만 쌓느라

친구들과 사이 나빠질까 봐 눈치 보느라

이유도 없는 괴롭힘을 견뎌내느라

학교 끝나도 친구들이랑 게임도 못하고

매일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내 꿈이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 착한 아이로 살아가느라

수고했어, 오늘도

어디에 있었든지

무엇을 했든지

하루종일 힘들었을 당신,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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