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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Jul 28. 2022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책 이야기 15] #에릭 와이너 #철학 #쾌락 #음식 #제주 맛집

  그렇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굼벵이처럼 느린 기차에 타고 있긴 하지만, 어떤 절박함이 내 펜을 움직인다. 삶을 살아내지 않고서는 죽고 싶지 않은 자의 절박함이다. 특정 위기를 꼽을 순 없다. 건강에 대한 불안도 없고, 경제적으로 천벌을 받지도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올 법한 위기가 있다기보다는, 짜증과 실망이 은은하게 흐르고 내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을 뿐이다. 내게 아직 삶은 골칫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턱밑에서 시간이 내뱉는 뜨거운 숨이 느껴진다. 매일 조금 더 강하게. 나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알고 싶다. 아니, 알아야 한다. 그것도 너무 늦기 전에.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 프랑스 사상가 모리스 리즐링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보고 생각한다. “왜 기다려야 하지?” 왜 삶이 골칫거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오늘, 바로 지금,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인생이 이끄는 대로 나도 철학자가 되면 안 되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의 ‘들어가는 말’ 중에서

  집에서는 나를 유혹하는 것이 너무 많다. 버튼만 누르면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이 ‘얼음 땡 놀이’하듯 몇 시간 아니 하루 종일 나를 ‘얼음’으로 만들어 버린다. 또 머리부터 손목, 발목까지 나를 꼼짝 못 하게 묶고 다양한 안마코스로 나의 뭉친 근육을 풀어줄 비싼 렌탈료가 아깝지 않은 안마의자도 나에게 손짓한다. 편안한 가죽 소파와 코끼리가 지나가도 흔들리지 않는 침대는 더욱 치명적인 유혹이다. “어서 와 여기 앉아서 리모컨을 들어”, “어서 여기 누워서 중력에 지친 허리와 무릎을 쉬게 해”라고 속삭인다. 반면 손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놓아둔 책들은 이제나 저제나 묵직한 껍질을 깨고 접힌 몸을 활짝 펼칠 순간만을 고대하며 하염없이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일 때가 많다. 책을 읽기 위해, 글을 쓰기 위해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돈과 시간을 들여 멀리 가지 않더라도 이 안락하고 편안하고 늘 굴복하고 싶은 유혹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성공이다. 그래서 에코백에 읽을 책 한 권과 아이패드 무선 키보드를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늘 가져온 작가이자 여행가인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집 앞 카페도 유럽의 한 카페에 있는 것 같은 시공초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저자는 여러 철학자의 발자취를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해보며 그곳에서 자신의 철학사상을 설파했던 철학자들을 한 명씩 소환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오감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은 어느 순간 나를 그곳에 데려간다. 철학자와 저자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산책하다 가끔은 내 생각까지 덧붙여 신랄한 토론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양한 철학 사상에 다가갈 수 있게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의 제목처럼 마성의 매력을 가졌다. 이 책에 나온 철학자는 1부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소크라테스, 루소, 소로 쇼펜하우어, 2부에서 에피쿠로스, 시몬 베유,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 3부에서 니체, 에픽테토스, 보부아르, 몽테뉴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은 내가 제일 관심이 있는 쾌락의 대표 명사 ‘에피쿠로스'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만약 내게서 맛의 쾌락을 빼앗는다면,

성적 쾌락을 빼앗는다면,

듣는 쾌락을 빼앗는다면,

아름다운 형태를 보았을 때 느끼는

달콤한 감정을 빼앗는다면,

선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에피쿠로스-


  모든 철학자는 모든 10대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 철학자 중 크나큰 오해와 부당한 비난을 받은 사람이 바로 에피쿠로스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피쿠로스의 이미지와 실제가 많이 다르다는 뜻일 것이다. 당시 아테네인들이 충분한 음식, 충분한 돈, 틀림없이 충분한 문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왜 행복하지 않은지에 대해 관찰했던 에피쿠로스는 오로지 우리의 감각만을 통해 세상을 알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아테네 남성 시민만 받아들였던 다른 학파와 달리 해방노예와 여성도 환영했고, 아테네 중심지에서 비교적 거리가 먼 곳에 있는 벽으로 둘러싸인 외딴 정원에서 그의 추종자들과 기거하며 전통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에피쿠로스 학파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음탕하고 어둡고 감춰지고 숨겨진 측면의 쾌락을 추구하는 쾌락주의자들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에피쿠로스 학파에서 말하는 ‘쾌락은 결핍과 부재’로서 정의된다. 그리스인들이 ‘아타락시아(ataraxia)’라고 부른 문제가 없는 상태가 바로 쾌락의 본질이라고 여겼다. 우리를 만족으로 이끄는 것은 어떤 것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불안의 부재이며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피쿠로스는 우리가 알고 있던 ‘향락주의자’가 아니라 ‘평정주의자’인 것이다.(본문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임)


두려움 없이 짚으로 만든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황금 의자와 호화로운 식탁을 앞에 두고 걱정에 빠져 있는 것보다 낫다.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분석해서 욕망의 분류 체계를 만들었는데 가장 상위에 있는 상태는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욕망이, 그 밑에는 “자연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욕망이 있다. 그리고 욕망의 피라미드 맨 아래에는 “자연스럽지도,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에피쿠로스가 말한 “텅 빈”욕망이 있다. 사막을 걸은 직후 처음 마시는 물 한 잔은 첫 번째 욕망이고, 물을 마시고 나서 탁자 위에 놓인 테이블 와인을 마시는 것은 두 번째 욕망이다. 그 후 또 마시는 값비싼 샴페인 한 병은 마지막 욕망에 해당한다. 이것은 마치 내가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시 카페가 가서 커피를 마신 후 티라미슈 케이크마저 먹은 경우와 같다. 이 경우에 나는 아마도 이 세 가지 욕망을 다 채운 게 아닐까? 에피쿠로스의 공동체는 유흥가라기보다는 수도원에 가까운 공동생활을 하며 사생활은 거의 없는 비우고 더 가지지 않는 최소한의 욕망을 추구했다. 즉 최상위 단계인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 목마를 때 마시는 물 한 잔 같은 기본적인 욕망만을 추구하며 사는 것을 공동체의 목표로 삼았다. 지금의 ‘미니멀 라이프’나 ‘1일 1식’같이 필요 이상의 것을 더 가지고 채우려 하지 않고 비우고 소유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쾌락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이 욕망의 피라미드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내가 살이 찌는 이유는 먹는 것에 대해 맨 밑에 있는 욕망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명 유지를 위해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음식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먹어서 일 것이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마지막 단계의 욕망이 내 삶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수납하기 위해 은행에서 고금리 이자의 대출까지 받아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다시 이사할 때까지 쓰지도 심지어 이사할 때 가지고 왔던 그대로 쌓아놨다가 가져가는 물건들, 예를 들어, 언젠간 다시 읽을 것 같은 헛된 생각으로 책꽂이에 꽂아놓은 다 읽은 책들, 남들도 가지고 있으니까 나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비싸게 샀지만 잘 매지 않는 명품가방, 몸매가 달라졌지만 언젠가는 입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늘 버리지 못하고 옷장에 고이 모셔놓는 작은 사이즈의 예전 원피스들, 집에 오는 손님이 10년 동안 한 번에 5명 이상 온 적도 없는데(5명 이상이면 넓은 식당을 예약한다) 싱크대 상하부장을 가득 채운 20명 이상의 손님이 먹고 마실 수 있는 디너 세트 그릇들, 유리컵들, 자세히 내 주위를 살펴보면 수도 없이 많은 나의 피라미드 맨 아래의 “자연스럽지도,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욕망의 덩어리들이 내 공간과 시간과 돈을 다 쓰고 있었다! 이젠 그것들을 비워내고 덜어내어 진정한 쾌락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지도,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나의 욕망을 비워내기로 결심했지만 음식에 대한 욕망만은 비워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1년 동안 15kg의 몸무게를 감량했다.(최근 1kg을 더 감량해 -16kg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동과 식단 관리를 동시에 해야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식단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게 먹는 것이고, 양질의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뉴얼대로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사는 게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는 즐거움은 살아가는데 빼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에 맛난 음식들은 죄다 ‘다이어트의 적’으로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고 저명한 박사님들은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계속 닭가슴살과 양배추와 계란으로만 살 수는 없다! 그래서 평생 건강 관리를 위한 노력으로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면 하루에 아니 한 끼에 다 먹으려고 하지 말고 맛난 음식을 조금씩 나눠서 먹는 방법으로 나 자신과 타협하기로 했다. ‘과하지 않게, 배가 고플 때만, 먹고 싶은 것 하나씩만 먹는 기쁨을 누리리라!' 다짐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특별한 음식을 자주 가기 힘든 장소에서 영접할 때는 소용없는 다짐이다. 진정한 쾌락의 길은 이리도 험난하다!


삶에 체계를 부여하는 것 중 음식만 한 것은 없다. 식사는 하루를 떠받치는 대들보다. 식사가 없으면 마치 블랙홀처럼 시간이 자기 위로 무너져 내리고 중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건 과학적 사실이다.   -본문 중에서-


우도 DIVINE COFFEE의

검멀레 라테와 땅콩아이스크림 크러플


제주도 코코마마 성산점의

파인애플 볶음밥과 대하튀김


플레이스 캠프 제주 스피닝 울프의

생맥주와 핫 타바스코 치킨


제주도 섭지코지 민트레스토랑의

커피와 거멍 핫도그


제주 화순 금모래 해변 제주할망밥상의

생선구이 정식

비오는 날 제주 화순 금모래 해변의 파도소리, 빗소리


제주 탑동 서부두명품횟집거리 소라횟집의 구문쟁이 회정식


제주 애월항 우영담의

전복돌솥밥, 전복뚝배기, 전복구이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의

전복김밥과 흑돼지김치말이


우도 서빈백사 해변 로뎀 가든의

흑돼지주물럭과 한라산 볶음밥

사장님의 제주도 탄생설화를 품은 한라산볶음밥! 설명톤은 소울리스좌처럼 들리지만 엄청난 애정과 자부심 뿜뿜


제주도 한라수목원 앞 연우네의

감자전과 야채비빔밥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의

조개구이와 한치회와 홍합탕

계속 음식 사진이 추가될 예정이니 배고프실때 가끔 놀러 오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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