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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Aug 24. 2022

꽃을 싫어하는 남편, 꽃을 좋아하는 아내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 #꽃을 든 남자 #사랑의 유효기간

  남편은 꽃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을 주는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기념일을 챙기는 자체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자기 생일을 챙겨주는 것도 다른 사람 생일도 무덤덤하다. 부부 사이에 가장 의미 있는 날인 결혼기념일도 매한가지다. 결혼기념일이라고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아내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다른 약속을 잡는 것은 다반사고, 축하의 꽃다발은커녕 장미 한 송이조차 기대할 수 없다.


  "365일 똑같은 날인데 의미 있는 날엔 특별하게 보내면 좋잖아요."

  "내가 그렇게 받고 싶다는데 꽃 좀 사다 주면 안 돼요?"


하지만 남편은

"평소에 잘하면 돼!"


  이렇게 말로만 그냥 얼버무리면 아내는 엄청 서운할 텐데 남편은 정말 평상시에 아내에게 잘한다! 특별한 날, 특별한 이벤트를 받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기념일 챙기는 건 그렇게 싫어하면서 뜻하지 않은 날, 뜻밖의 선물로 감동을 준다. 아무 날도 아닌데 갑자기 화장품을 사오고 부모님이나 회사 사람들 선물을 준비하는 명절에 뜬금없이 아내의 목걸이를 사온다. 함께 명절 선물을 고르던 직장동료가 명절에 아내 선물을 사는 남편의 행동에 의아한 마음이 들어 물어보면


  "명절엔 조금 안면 있는 사람들 선물도 사는데 아내 선물을 못 살 이유가 없지."


  직장동료들과 새롭게 발견한 맛집에서 점심을 먹으면 바로 그날 저녁에 아내를 데리고 가서 같은 음식을 또 먹는다.


  "점심때 먹었다면서 저녁까지 똑같은 음식 먹어도 괜찮아요?"


  아내의 미안하고 고마운 물음에 남편은 별다른 대꾸 없이 맛있는 반찬을 아내 앞에 놓아준다.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업인 남편은 전국 여기저기 출장 가서 맛본 맛있는 집을 기억해두었다가 기회가 있을 때 꼭 아내를 데려간다. 집에서 아내가 소파에 누워있으면 말없이 담요를 덮어주고 아내의 다리를 습관처럼 주물러 준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아내가 머리를 감고 나오면 남편은 아직도 아내의 젖은 머리를 드라이로 정성껏 말려준다. 평소에 잘하면 된다는 남편은 정말로 소소한 것까지 잘 챙겨주는 츤데레다.


  "자, 생일 축하해!"


  꽃을 싫어하는 아니 꽃을 주는 걸 싫어하는 남편은 생일에 꽃을 받고 싶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이제는 생일이나 기념일에 아내가 시키지 않아도 꽃을 사온다. 아내를 위해 자신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귀찮은 것까지 해주는 이런 남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아내는 자신이 차고 넘치게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매일 느끼게 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인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짧다고 말한 이가 누구인가? 사랑은 유효기간이 무한대다! 사랑의 형태는 변해도 마음은 계속 이어진다. 다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서로 느끼는 감정이 다를 뿐이다. 사랑하는 이가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 그것이 사랑의 유효기간을 무한대로 늘리는 열쇠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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