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토록 멀지만 가장 믿는 강함
내 삶이 표류하는 부표처럼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을 때, 너무나 쉽게 유혹에 굴복당하고 쓰잘머리 없는 것으로 밝혀질 허상에 매달릴 때, 자주 무책임하게도 이번 달의 청구서를 미래의 나에게 유예할 때, 과거를 돌아보느라 시시각각 지나치는 지금들을 또다시 비슷한 성질의 과거로 적립할 때, 한 마디로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싶을 때는 나와 가장 많이 닮았겠지만 동시에 가장 먼 존재이기도 한 엄마를 본다.
생활력 강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 힘들었던 과거는 들춰 보지 않고 그래서 후회도 없는 사람, 비눗방울이 퐁퐁 터지고 가느다란 컨페티 같이 풀씨들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다소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미래 대신, 겨우 몇 평 정도 늘어날 집과 여전히 교류하게 될 사람들을 떠올리는 미래, 자신이 받은 상처와 손해를 곱씹는 내 옆에서 비슷한 눈을 하고도 일터로 걸어가는 부류. 밖에선 속 사정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내가 무른 흙길에 발을 질척인다면 엄마는 단단히 굳은 콘크리트 길을 찾아낸다. 내 허리에 감긴 애드벌룬은 변덕스러운 바람에 두둥실 휘청이는데 엄마는 풍선 따위 잡고 있을 생각이 없다. 혼란을 위한 혼돈은 필요 없고 무용한 생각은 무용할 뿐이니까. 한 사람은 한 사람을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허무맹랑하게, 한 사람은 한 사람을 냉철한 현실에만 기대어 모든 게 계산되는 일상이 될까 무미건조하게 본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에게 감추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안다. 서로의 맹점을 인정한다. 사회에서 만났다면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이토록 간극을 느끼는 대상을 동시에 가장 의지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내가 때때로 의미 없이 붕 뜨려 할 때 엄마 손을 잡는다. 영영 내치진 않을 것을 믿는 유일한 손. 그토록 서로 자주 실망하고도 우리는 전우처럼 다시 손을 잡는다. 제풀에 꺾이고 주저앉고 싶어질 때 그 단단한 손을 바라보며 이 마음이 잠시뿐임을 되새긴다. 무른 애착과 연민을 단호히 감싸고 몸을 부풀린 강인함에 늘 마음 한쪽을 기대고 내가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임을, 아침에 맞닥뜨리는 울적함은 오후에라도 쨍쨍거림으로 변할 수 있음을 생각한다. 그게 일종의 허세라고 해도 말이다.
*커버사진 출처 : PIXABAY 무료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