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매번 처음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매년 음악 페스티벌에 하나쯤 가는 것은 사회 초년생부터 이어진 오랜 취미이고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문화생활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가 있고 아직 우리는 음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았으며 체력은 떨어지고 더 자주 찌들게 되었지만, 이런 문화생활이 주는 환기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는 3번째 GMF를 다녀왔다. 코로나 이후 각종 전시회, 박람회 등과 함께 음악 페스티벌도 기본적인 여가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이 급격히 늘었고, 어디나 긴 줄에 전날의 비로 질척이는 땅 위에 빈틈없이 깔린 돗자리들을 보고 좀 질렸던 것도 사실이다. 아 이제는 예전의 소풍 기분은 낼 수 없겠구나 싶었다. 야외에서 함께 듣는 음악 말고도 봄, 가을의 선선한 바람에 같이 어깨 흔들거리며 여유를 만끽하는 게 핵심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밴드 음악 들으며 신났고 그 신남이 한 밴드의 콘서트 결제로까지 이어졌다. 일종의 충동구매였는데 그사이 꽤 오래 이어진 쉼을 접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 충동구매 일정을 간절히 기다리게 됐다.
인생에 수많은 처음이 있었는데 왜 해도 해도 처음은 어려운 걸까. 과거의 모든 첫날에 매번 이렇게 벌벌 떨었던 걸까. 그랬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고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넌더리 난 마지막의 기억이 처음을 덮어버리기도 했다. 좀 울었고 덤덤했고 도망쳤고 어영부영 넘어갔거나 견뎠던 파편적인 기억들이 있지만 눈앞에 놓인 또 다른 시작 앞에서 그 경험이 도움이 되진 않는다. 새로울 것 없는 시작이 처음 맞닥뜨린 동물처럼 낯설고 두렵다. 여전히 밤을 뒤척이게 된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적응해야 할 타인도 알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 마음들이고 이상한 사람 하나 없는데 익숙함에서 멀어져 내 편 하나 없는 기분이, 뭔가 혼자 감내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를 진 마음이 당장은 좀 외롭다. 전과 다른 출입구 앞에서 매번 주춤거리고 마음 졸아대는 내가 한심스럽다.
그래서 주말의 콘서트를 기다렸다. 주말의 약속과 운동과 익숙한 얼굴을 기다리게 된다. 낯선 숲에서 혼자 길을 다져갈 때 빛이 드는 바위 한 틈에 기대 쉬듯이 주말을 기다린다. 온전히 즐겁고 재밌고 의무 없음을 기다린다. 그래야 지금의 답답함이 조금 가실 것 같아서다. 오랜만에 다시 일을 하니 새삼 하루의 노동 시간이 정말 길고 그래서 몇 안 남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뭔가를 배우고 어딘가로 떠나고 다른 계획을 세우는 직장인들의 삶도 참 빡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라도 쪼개고 쪼개서 진짜 나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는 그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충동구매한 이 콘서트를 주중 내내 기다렸듯이. 아침 지하철 만원의 공허한 눈들이 생기를 찾아보려 분투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에겐 여러 버전의 내가 필요하고 그걸 어떻게든 돌려 써야 하고, 그래야만 숨이 좀 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