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5
처음 낯선 도시에 내린다는 것은 충분히 진땀 나는 일이다. 그곳이 위험하다고 소문난 곳이라면 더욱.
14킬로 배낭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여행 초반, 추운 11월의 뉴욕을 떠나 홀로 내린 멕시코시티도 그랬다. 공항버스를 타고 무심히 지나며 본 바글거리는 시장의 풍경은 활기로 보이기보다는 지저분했고, 가판들은 하나같이 조잡했다. 골목마다 매캐한 냄새가 풍겼고 낡은 돔 성당 위로 먼지와 매연이 부유하는 뿌연 풍경 속을 앞뒤로 제 몸 만한 배낭을 멘 채, 휴대폰 스트랩은 손목에 칭칭 감고 잔뜩 긴장해 걸었던 기억이 난다. 누가 봐도 이방인이건만 굳이 더 티를 내면서 편견으로 움츠러든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웃기면서도 짠하다.
작은 동양인이 내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낑낑대며 길을 헤매는 사이 몇몇 친절한 사람들이 길을 알려주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지만, 짐을 줄이려 껴입은 옷이 땀으로 흥건하고 모르는 도시에 대한 얼마간의 공포감도 더해진 내 머릿속에 뭐가 들어올 틈은 없었다. 마침내 짐을 훌훌 덜어내고 내 색안경도 벗어던진 후에야 자연스럽게 도시가 가진 원래의 색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원색의 패션을 자랑하고 곳곳에서 연인들은 진한 키스를 나눈다. 디즈니 캐릭터가 유치하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은 어디나 그렇듯 해맑다. 먼 곳에서 전해지는 뉴스는 믿기 어렵게 무시무시한 것이지만 여행자의 동선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은 다들 호의를 보여 준다.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침략과 투쟁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프리다 칼로의 파란 집은 북적이는 관광객을 품고도 고요하다. 부침 많은 역사가 보여주는 눈부신 건물과 맛있는 음식, 쉽게 공감 가는 남루한 삶의 흔적 모두가 멕시코에 있다. 마야, 톨텍, 아즈텍, 테오티우아칸. 이 거대한 도시 아래에 여전히 잠들어 있다는 고대 문명의 흔적 위에서 휘적휘적 돌아다니고, 먹고, 사진을 찍고 있는 일이 비현실적으로 자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