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트리를 한 겹 한 겹 벗겨내기

# 왜 끄적거릴까?

by 무재

사람은 한없이 단순하고 몇 가지 묘사만으로 그려질 것 같다가도 때로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처럼 다층적인 존재인 듯도 싶다. 그 층층이는 속이 텅 비어 쉽게 바스러지기도 하고 이것저것 들어차 딱딱하기도 하다.

나는 늘 분명한 사람이고 싶었지만 대부분 애매모호했고, 속이 훤히 보이는 맑은 사람이고 싶었지만 내 속의 우물은 어두침침했다. 내 파이는 경험과 성숙이 모여 저축처럼 쌓인 반죽이 아니라 우연과 가벼운 사건만이 퇴적된 맛없는 것이 되지 않을까 불안했다.

그래서 나는 내 페이스트리를 한 겹 한 겹 벗겨내 보기로 했다. 나도 모르는 무엇이 그 안에 들어 있는지, 어느 부분이 텅 비어 있는지, 어디쯤이 부서져 있는지 확인하려고. 이미 쌓인 것은 허물 수 없고 무너진 것을 일으킬 수도 단단히 굳어진 것을 다시 부드럽게 만들 수도 없지만 그마저도 보고 인정하려고. 한바탕 헛헛하고 구슬픈 다음에 이제는 내 반죽이 제대로 쌓이도록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해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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