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7
트리니다드에서는 느긋하게 일어나 까사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간단한 손빨래를 하고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수레 끄는 소리, 오토바이 시동 켜는 소리,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맞은편 어딘가에서 흘러 들어온 살사음악을 들으며 머리를 빗으면 된다.
넓게 번지는 햇살을 맞으며 마요르 광장으로 가서 한 시간쯤 와이파이를 쓰고 멍 때리며 음악 소리, 호객 소리, 지나는 각국의 언어를 들으면 된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어쩌다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예쁜 골목 앞에서 서로를 찍어주고 한참 수다를 늘어놓기도 한다. 알록달록 칠해진 원색의 벽 앞에서 시가를 문 할아버지와 사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려 쉽게 통하지 않는 흥정을 시도한다. 유일한 커피전문점인 돈 뻬뻬에서 아이스커피를 홀짝이고 몇 번을 지나치는 골목을 다시 마주친다.
혁명박물관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늦은 오후는 주홍의 지붕들만큼 따뜻하지만 어딘가 서글프고 어둠이 깔린 까사 데 라 무지카 계단에서 구경하는 살사 스텝은 어지럽게 현란하다.
한국인 배낭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차모로 까사에서 먹는 랑고스타와 깐찬차라는 마셔도 마셔도 쉽게 취하지 않는다. 앙꼰 해변의 긴 석양은 알 수 없는 위안을 주고 가로등 없는 밤도 점점 당연해진다. 그리고 또 비슷한 아침이 와도 그렇게 지겹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