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10
옛 잉카의 중심이었다는 곳. 모든 남미 여행자가 꼭 들르게 되고 좋은 기억으로 떠올리게 되는 곳.
페루 여행의 주연 배우 같은 도시 쿠스코에 왔다. 기대보다 거대하고 오밀조밀하고 아름답다. 골목길만 구경하고 다녀도 하루가 금방 지나갈 것 같다. 와라즈부터 이카,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 느낌이라 앞으로 며칠은 푹 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아무런 계획 없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느낀다.
쌓인 세탁물을 맡기고 천천히 두 발로 거리를 익히고 저 언덕 밑까지 파도처럼 들어찬 지붕들을 눈에 담으며 소소한 일상을 즐긴다. 마추픽추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쿠스코는 분명 잘 갖춰진 도시이자 늘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지다. 누구 하나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듯 다양한 매력을 드러낸다.
태양의 신전 위에 지어진 스페인식 교회와 성당, 단정한 상점들이 둘러싼 아르마스 광장은 낮도 밤도 아름답다. 12 각돌 근처 기념품 가게들은 몇 번을 구경해도 지겹지 않고 광장의 사방으로 난 좁은 돌길을 따라 걷는 일은 여행의 이유 자체가 된다. 침략과 대지진 속에서도 굳건한 잉카의 정교한 석벽과 몇 백 년의 흔적이 남은 길 위로 여전히 전통을 지키는 사람과 제 몸 만한 배낭을 멘 관광객과 때로 알파카가 지나다닌다. 좁은 돌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 맛집을 찾는 재미도 있고 평이 좋은 한식당도 몇 개 있다. 일주일을 쿠스코에 할애한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
땅거미가 지고 노란 불빛이 번지면 자연스럽게 아르마스로 돌아와 어디든 앉게 된다. 그리고 저 비탈진 언덕 위 수많은 집들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에 꼬마전구가 켜지듯 알알이 불을 밝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오랜 이야기와 시간을 품어온 도시만이 줄 수 있는 평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