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11
우유니에서 국경을 넘어 칠레 북부의 국경도시 아타카마까지 가는 2박 3일 투어는 꽤 힘들다는 후기가 많아 마지막까지 망설인 투어였지만, 결과적으론 아주 잘한 선택이 되었다. 우선 6인 정원인 지프차에 어쩌다 또래 부부와 나, 내 동행 넷이 한 팀이 되어 덜컹거리는 오프로드가 크게 불편하지 않았던 게 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선택한 스페인어 투어 역시, 우리 중 제일 어린 가이드가 언어의 벽을 넘어 성심성의껏 포인트를 설명해 준 덕에 비록 몇몇 단어와 몸짓, 뉘앙스만 읽었어도 꽤 알차게 느껴졌다.
볼리비아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더 광활한 자연을 보여주었다. 엄청나게 길고 푸른 도화지 위를 달리듯 소금사막이 이어지다가, 불현듯 황량한 비포장길을, 퀴노아밭 사이를, 거인 같은 선인장 군락의 모퉁이를 돌아 나갔다. 호스텔이나 상점에서 그림으로 봤던 아르볼 데 피에드라 바위는 그림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무처럼 우뚝 서 있었고, 부글부글 끓는 진흙 구덩이와 유황 냄새가 진동하던 간헐천 솔 데 마냐나에선 정말로 이 땅이 살아있음을 보면서 유치한 비디오를 찍었다.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분홍빛 호수 위 플라밍고가 떼 지어 있는 라구나 콜로라다, 린칸카부르 화산을 배경으로 건 칠레국경의 라구나 베르데까지. 우리가 만나는 모든 호수는 제각각 자신만의 색을 발했다.
수없이 오간 투어차들이 만들어 놓은 길옆으로 보이는 풍경은 깜빡 조는 사이 삭막한 고원이었다가 다른 행성인 듯 이 질적이었다. 저 멀리 무지개산이 보였다가, 조금 가까이에서 비쿠냐가 함께 뛰었고, 어디선가 튀어나온 여우 한 마리는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달리 사막은 누가 먼저 말 꺼내지 않아도 저기 어딘가에 기억의 지속 시계가 흘러내리고 있을 것만 같이 직관적이었다.
그렇게 사흘간 4천 후반까지 고도가 오르는 알티플라노를 지나오고 나면 칠레의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까지는 잘 닦인 포장도로가 미끄럼틀처럼 펼쳐진다.
2박 3일 투어의 두 번째 저녁, 저 멀리 호수를 눈앞에 둔 황량한 흙길 위에 낮게 팔 벌리고 선 우리의 숙소에서 저녁식사를 기다리며 무심히 창 밖을 봤을 때 식탁의 사람들이 모두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세상이 온통 분홍빛이었다. 말랑한 감처럼 흐물거리던 저녁해가 슬며시 터지며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붉은빛은 파란 구름을 삼키며 자줏빛 파도를 만들고 날아가는 새와 공기마저 같은 색으로 칠해버렸다. 네모난 큰 창밖으로 인상주의 화가의 풍경화가 걸린 듯, 저만치 달려 나가면 나도 어느새 그 색에 섞여버릴 것 같았다. 풍경을 허겁지겁 눈과 손과 마음에 담는데 하늘은 너무 빨리 색을 바꿔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