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십자가 언덕

# 여행 12

by 무재

몇백 미터씩 나아갈 때마다, 가로등이 끊기고 주황빛을 뿜는 마을과 멀어질수록, 갑자기 막을 열고 등장한 연극배우들처럼 별이 나타났다.

심연의 그물에 빼곡히 걸린 하얀 별과 은하수는 늘 거기 있었지만 우리는 알면서도 잊고 가끔은 진짜 모른 채로 살아왔다. 차창 밖으로 화려하게 꽃 핀 헤드라이트를 보면서 반딧불이의 환상을 꿈꾸고 온몸의 등불을 켜고 소란하게 도시를 떠다니는 고층의 빌딩 앞에서 적막과 고요를 소망하는 우리는, 정작 머리 위 수억 개 별의 존재를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동네를 벗어나 어둠에 익숙해질수록 불을 켠 듯 환해지는 하늘이 새삼 신비롭다. 누가 처음 외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와 별을 볼 생각을 한 것일까. 겁먹은 마음을 누르고 새의 흔적 같은, 물고기의 유영 같은 은하수 한가운데에 거대한 십자가가 꽂힌 사진을 찍어 여행자로 하여금 이곳을 찾아오게 만든 것일까. 애초에 우리는 왜 그깟 별을 보겠다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도로를 몇십 분이나 걸어 올라온 것일까.

세상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중 하나라는 아타카마에 왔으니까, 삼각대를 세우고 간단하게 조작해 찍은 사람들의 별 사진이 꽤 그럴듯하니까. 내일이면 떠나는데 마침 오늘 개기월식이 있는 날이니까.

그런 모든 이유는 십자가 언덕에서 보이지 않는 흙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하늘을 올려다볼 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지척에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도 형태조차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나 혼자 우주를 맞는 기분은 쉽게 느끼기 힘든 것이기 때문에. 우주의 단면과 내가 대면할 뿐인 이 시간에 별을 보는 모든 이유와 핑계는 무의미해지고 그저 감각으로 이해하게 된다. 내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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