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은 단편을 읽고
결정적일 때 내가 꽤나 비겁할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는 그래왔으니까. 회피하고 혼자 숨어들 구멍을 훑고 머릿속으론 빠르게 변명을 직조해 내는 인간이므로. 그다음을 떠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얼마나 낯 뜨겁고 부끄러울지를. 모두가 잊은 후에도 한참 동안 혼자만의 수치심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그러니까, 주제에 뻔뻔하지도 못한 부류, 담력이라곤 주방 어딘가에 굴러다닐 콩 한 톨만 한 유형. 내가 바라는 나는 이런 내가 아닌데. 내가 그리는 나는 여전히, 이렇게나 어른이 되어서도 잡히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내가 결정적일 때 비켜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가방 대신 그를 받쳐주었으면 좋겠다.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조금 더 옳다고 믿는 쪽을 언제나 선택하길 원한다. 자연스럽게 당연한 것처럼. 그러기 위해 얼마나 오래 부지런히 생각하고 다시 행동하고 하던 것을 수정해야만 할까. 이 너저분한 패턴이 갈기갈기 찢기고 다시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내가 역시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그는 그냥 하던 대로 했겠지. 말하자면 패턴 같은 것이겠지. 결정적일 때 한 발짝 비켜서는 인간은 그다음 순간에도 비켜서고...... 가방을 움켜쥐는 인간은 가방을 움켜쥔다. 그것 같은 게 아니었을까. 결정적으로 그,라는 인간이 되는 것. 땋던 방식대로 땋기. 늘 하던 가락대로 땋는 것.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피륙이 있고 그것의 무늬는 대게 이런 꼴로 짜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직조해 내는 패턴의 연속, 연속, 연속. - 황정은, 아무도 아닌 -웃는 남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