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진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아서
나는 가진 게 적은 쪽이라고 생각해 왔다. 물질적이든 문화적이든 정신적이든. 셈이 시작된 청소년의 관계 속에서, 속물적인 어른이 될수록 역시 적은 쪽이 맞는구나 생각했다. 가지고 못 가지고를 점점 더 노골적으로 나누고 드러내는 추세에서 자신이 가진 보잘것없는 자질을 추켜세우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
먹고 입고 업로드되는 사진을 보면서 그러고 싶지 않아도 비교하게 되고, 작아지는 기분은 공고해진다. 움츠러드는 마음은 가지지 못한 기회와 닿지 못한 현실을 당연하게 만든다. 가진 쪽이 더 가지고 덜 가진 쪽은 늘 놓친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끔 만든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으로 만든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가진 쪽이 더 많이 가진다는 현실은 충분히 부당한데 의심하는 힘을 잃어 간다.
그런데 나는 항상 부족한 쪽에 서 있었나, 하면 또 그건 아니었다. 비교만큼 상대적인 게 없는데 내 눈은 꼭 내가 초라해질 방향으로만 돌아간다. 초라하지 않은 쪽으로 고개 돌리고 위안하는 짓도 졸렬하지만 내 손으로 나에게 누더기를 씌우지 못해 안달하는 꼴도 웃긴 일이다. 그냥 애초에 두리번대지 않는 게 가장 좋겠으나 이 두터운 비교의 그물망을 빠져나오는 게 참 어렵다. 그 아래서 끙끙대면서도 사실 알고 있다. 내가 가진 수많은 기회와 자유와 애정을.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고,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정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한 개라도 있나 싶어질 때가 많다. 이 공고하고 냉정한 곳에서 한 번 삐끗하면 그 모든 기회를 잃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능동적인 운신의 폭이 넓은 시대와 나라에 태어나 이토록 불안해하는 꼴이 맞나 싶어 진다.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어떨까. 시야에 들어찬 딱 그만큼이 내 세계의 전부인 좁은 세상에서 산다면 차라리 덜 불안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체념일까 무지일까, 순응일까.
여기까지 와보면 나는 가진 게 적기도 하고 많기도 하다. 적게 쥐어 초조하고 너무 많아 길을 잃는다. 내가 가진 행운을 쥐고 두리번대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가고 싶다. 내가 가진 조건들만을 감사히 여기며, 손에 없는 것에 안달하지 않고 싶다.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을 우러르고 싶지도 않지만, 나에게 있는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만적인 연민을 품고 싶지도 않다. 그 둘 다를 안 하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오직 내 두 손 위의 무게에만 집중하는 것, 내가 뗄 걸음만을 의식하는 것, 진작에 포기해 버린 수학 같은 것이지만 수학이 그러하듯 그것만이 명료한 해답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