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마음을 움직이는 건

# 좋은 날씨에 좋은 마음이

by 무재

날씨가 기분을 주물럭거리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이상한 일이다. 한없이 가라앉은 생각도 부드러운 바람 한 줄기가 구름에 닿게 띄우고 어쩌다 길가에 오밀조밀 모여 흔들리는 들꽃을 보는 것만으로 생기가 스민다. 너그러워진 오후 햇살이 머리를 빗겨줄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아침 창가에서 나뭇잎과 하늘이 쨍한 색감을 발할 때는 절로 기운이 솟는다. 풍경이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지면 나도 경계가 무너진 그 미색 속으로 침잠하고, 때로 시원한 소나기는 많은 말보다 위로가 되어준다.

흩뿌리는 빛과 서늘한 공기와 흔들리는 나무가, 서걱거리는 눈발이 이토록 친밀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면 새삼 나도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일부임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것, 내 의지와 판단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만을 내려놓게 된다. 그저 흘러가는 것들을 담담히 보고만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파도가 마음의 찌꺼기를 다 쓸어가도록, 그 텅 빈자리에 봄의 꽃씨들이 이리저리 떠다니도록 내버려 둔다고 그것이 잘못된 삶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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