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두 - 이주혜
혈연이나 제도로 묶인 가족이더라도, 누군가를 열성으로 사랑하거나 사랑받아도, 끝내는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못하고 손에 손을 잡고 둘러선 원의 바깥으로 밀려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 마음을 이해받고 싶었지만 끝내 실패했던 어느 여름" 같은 일은 끈질기게도 반복되고 어느새 여성의 내면에 체화되어 익숙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그러나 끝내 소화되지 않는 기억과 흔적을 남기면서 말이다. 여전히 공고한 가부장의 위계는 바뀐 시대상에 발맞추어 외피만 그럴싸하게 바꿨을 뿐이고, 교묘히 은폐되고 위장된 평등에 어떤 여성들은 늘 감사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 용서를 받는 더러운 기분"을 느끼거나.
그런 현실에서 사랑이 곧 이해가 아니며 정비례 관계는 더더욱 아닌 것에 서글픈 마음이 든다. 가장 이해받고 이해하고 싶어 사랑하게 되어도 종내에는 영원히 타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말이다. 공유한 시간과 사랑의 감정을 넘어 제삼자에게 이해를 갈구할 수도 있고, 오해와 무심으로 쌓은 관계에서 그런 뜻밖의 이해가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이해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무작정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타인이 불쑥 내비친 날것의 감정을 마주쳤을 때만큼 당혹스러운 순간이 또 있을까요? 그렇지만 왜 울었냐고 한 번쯤은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살다 보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가 하면, 모든 말을 다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지 않던가요."
"저들은 왜 나의 애도를 방해하는가. 왜 내 마음을 슬픔 대신 분노로 채우는가. 무슨 의도인가...... 불행했던 지난여름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저곳에서 우리는 삶을 희망했고 죽음을 두려워했습니다. 용서를 받았고 용서를 했고 용서로 위장했습니다."
- 이주혜 <자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