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린 시절의 세상을 공유한 친구들, 몰려다니며 시답잖은 대화에 웃음을 터트리던 친구들, 서툴게 가까워지고 미숙하게 멀어진 친구들, 나와 겨우 어울려주던, 내가 억지로 끼워 맞춘 친구들, 결이 맞던 동료, 절대 친해질 수 없을 유형이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나누던 사람들, 하루의 친구, 며칠 동안의 친구, 여럿일 땐 세상 즐거우면서 한 명 한 명과는 어색해 어쩔 줄 모르던 기억. 그 모두가 내 친구였을까? 나는 게 중 누군가의 친구로 불현듯 떠올려질까?
돌아보면 늘 함께인 동시에 혼자인 듯했다. 버려진 아이처럼 유치했으나 그 미묘한 어긋남은 늘 자초한 것이기도 했다. 거리를 두는 성정, 부족한 표현, 높은 기대와 낮은 참을성. 스스로 만든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나는 혼자인 듯 외로워지고 내게 친구는 한 명도 없는 듯 굴었다. 그날 치의 에너지를 금세 소모할 만큼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놓고, 몇 번을 결론 내도 불합리하고 화를 돋우는 상황과 일을 서슴없이 토로해 놓고, 몇 달에 한 번 일 년에 한 번일지라도 만나 맛있는 식사를 나누면서도 늘 어딘가 부족하다고, 이런 건 우정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니 그 고립감을 떠넘기는 건 부당한 일일 것이다.
여전히 손에 꼽힐 뿐이지만 몇몇 친구들이 곁에 있다. 자주 보고 공유하는 시기와 단면이 많아 좀 더 친밀한 이도 있고, 공백이 커져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 이도, 그럼에도 시간의 강을 금방 넘어갈 수 있는 친구도, 언제고 기꺼이 끼어들 수 있는 모임도 내게 남아 있다. 한때 실망의 이유가 되던 우리 대화의 주제와 각각의 성격에도 이제는 좀 너그러운 마음이 든다. 생각이 자라듯 마음이 변할 수 있고, 취향이 달라질 수 있고, 애정과 존중의 크기도 가변적이고 어긋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 이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실컷 상사 욕을 하고, 내일 저 친구와 주말의 예능프로그램, 이성 얘기를 하고 다른 누군가와 인생의 중대한 사안을 나눴다고 그 각각이 다른 무게의 친구인 것은 아니다. 내 마음 자락을 조금씩 나눠 주고 감정을 의탁한 그 모두가 지금은 애틋하게 생각된다.
물론 나는 여전히 종종 외롭고, 왁자지껄함 속에서도 나 혼자 동떨어진 것 같고, 소중하다 여긴 이가 한순간 짜증 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우정이 아닌 것은 아니다. 한없이 가벼웠고 짧았고 때로 신물 나던 그런 우정마저 그렇다. 그러니 이제는 내게서 퇴장한 친구나 자연스레 멀어진 사이라도 그 시절의 나를 떠받치는 일부였음을 선선히 받아들인다. 내 우정의 스펙트럼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커버사진 출처 : PIXABAY 무료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