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인생 - 카렐 차페크
평범함의 가치는 얼마나 쉽게 훼손되는지. 자기 자신의 평범함에 얼마나 자주 실망하는지. 평범함 옆에 한계, 포기, 고루함 같은 단어들을 유사어로 갖다 붙이기는 얼마나 쉬운 일인지.
평범한 게 가장 어려운 시대라지만, 그저 평범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마냥 평범해지고 싶지만은 않은 게 우리 한 편의 마음이다. 그래서 뻔한 사건과 그저 그런 시련조차 내 것이라면 극적으로 여겨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귀로 흘러드는 남의 경험은 그토록 사소해지고 입 밖으로 튀어 나가는 내 감정은 풍선을 불듯 부풀려 띄우고 싶은 욕망이 이는 것이다. 나는 높이 떠가는 풍선의 크기만을 보고 남은 그 가벼움이 둥실거리다 곧 터지는 것을 본다.
무난하게만 이 인생을 굴리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경로를 이탈하고 싶은 욕구가, 나를 망치고 무너뜨리고, 저 먼 곳으로 내던지고 싶은 소망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일상의 흐름에서 이탈하는 일도 두렵다. 시시때때로 싹트는 멋지고 나쁜 생각과 황홀하고 잔혹한 상상은 한배에서 태어나는 게 맞을까.
어쩌면 수많은 갈래의 한 면을 가장 오래 지켜보고 알아 온 이들조차 영영 모를 것이다. 우리가 서로의 일부만을 평생 기억하게 되는 일이 슬프면서도 짜릿한 양가적 감정이 든다. 오늘 만나는 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생도 사실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주말 저녁의 놀이동산 같은 시끌벅적한 삶도 너무나 평범하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최초의 씨앗으로부터 수천수만 개로 분화하는 생명의 나무의 자손답게 한 사람도 다종다양하게 분화해 간다. 어린 날의 나는 지금의 나와 기억이란 가는 실로만 엮인 먼 타인이다. 오 년 전의 내가 십 년 전의 나와, 혹은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가 얼마만큼 다르고 같을 수 있는지는 어느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갈지 생각하는 오늘의 내가 결정할 몫이다.
수백만 개의 배아 가운데 두 개의 다른 것이 만나면 다른 인간이 된다. 그러면 나는 내가 아니고 생면부지의 형제가 되어 어떤 괴짜가 되었을지 아무도 모를 노릇이다. 수천, 수백만의 가능한 형제들 중 어떤 다른 사람이 태어날 수 있는 거였다. 제비뽑기에 이긴 게 나였고, 다른 가능성을 지닌 인물들은 실패했다. 도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태어날 수는 없으니까.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운명들이 이 가능한, 태어나지 않은 형제들의 집합이 아닐까? 아마 그들 중 하나는 소목장이가 되고, 다른 사람은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또한 그들의 가능성이기도 했다. 내가 단순히 내 삶으로 취했던 것이 우리의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전에 살다가 죽은 우리와, 태어나지도 않았고 단지 존재의 가능성에 불과했던 우리의 삶들이 말이다. 맙소사, 이건 아찔한 생각이다. 아찔하면서도 멋진 생각이다. 내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평범한 삶의 흐름이 갑자기 내게 전혀 다르게, 한없이 위대하고 신비스럽게 보인다. 그건 내가 아니라 우리였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았고, 얼마나 총체적인 삶을 살았던 것인가.
- 카렐 차페크 <평범한 인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