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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Nov 24.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6)

나 잘 생겼잖아!

2001년 2월 25일


시아버지는 진정제 기운이 떨어지면 극성맞게 이유 없이 간호원을 야단치고 짜증을 부린다.

저녁 음식으로 색깔이 연한 빵과 통밀빵처럼 보이는 빵과 한 장의 치즈와 햄이 담긴 접시를 들고 온 간호원을 보고 시아버지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사납게 시비를 건다. 


시아버지: "왜 이렇게 늦게 와요? 왜 이렇게 늦게 와요?"
나: "왜 이렇게 늦게 오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시아버지: "나 벌써 오줌을 눴단 말이야"
나: "식사하셔야죠, 뭐 드실래요?"
시아버지: "나 배 안 고파!"
앤디: "빵이 맛있어요 조금만 이라도 먹어요"  
시아버지: "그럼 너나 먹어 맛있게 먹어 {good Appetite}"
나: "독한 약을 드셔야 하니 뭔가 드셔야 해요" 


시아버지는 약이 올라 흥분된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서툴게 빵을 잡아 덥석 물어뜯더니 퉤퉤 한다. 


시아버지: "쳇 지푸라기를 씹는 것 같아"


독일 사람도 맛이 없는 것을 먹을 때 지푸라기를 씹는다고 한다.

나는 간호원에게 시아버지가 못 알아볼 정도로 변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간호원은 저이는 처음부터 늘 저랬다고 한다. 하긴 그 간호원이 병들기 전에 정상적이었던 우리 시아버지를 알리가 없지. 하지만 나는 시아버지의 지금 상태에 대한 간호원의 의견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간호원들은 하루 종일 시아버지 시중을 들어 하루에 몇 시간만 보는 나보다는 더 지금의 시아버지에 대해 잘 알 것 같아서 이다.

다른 병동으로 옮겨지고 나서도 처음부터 시아버지가 벨을 안 갖고 있어서 내가 물어보았다  


나: "초인종이 없어서 누군가를 불러야 하면 어떻게 해요?"
시아버지: "내가 난장판을 벌여야지 뭐!"


금방 깡패짓이라도 할 듯한 표정을 짓는다. 고슴도치가 바늘을 곤두세우듯 무척 공격적이다. 같은 방에 있는 환자는 벨을 갖고 있었는데 그 환자가 자주 벨을 눌러 간호원들이 왜 그렇게 자주 벨을 누르느냐고 하자 우리 시아버지를 가리키며 저이가 누르라고 해서 눌렀단다. 그러자 간호원들이 당신도 이유 없이 자꾸 벨을 누르면 벨을 압수당할 거라고 경고했단다. 

시아버지가 짜증이 잔뜩 나서 끊임없이 오른손으로 이마와 머리를 쓸어 올린다. 그것도 타자를 잘 치는 사람이 1초에 몇 타를 치듯이 시아버지는 1초에 적어도 다섯 번 정도를 쓰다듬는 빠른 속도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보다 못해


나: "왜 자꾸 머리를 쓰다듬으세요?"
시아버지: "나 잘 생겼잖아!"

 

즉흥적으로 웃지도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 대답을 한다. 내가 잘 생겼는데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안 쓰다듬으니 내가 직접 쓰다듬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큰 병이 들었어도 말솜씨 하나는 대단해서 병실에서 나와서 우리는 한참 웃었다  


시아버지: "나 여기 장기적으로 있어야 돼?"


나 집에 가고 싶어!라는 말씀을 돌려서 한 말이었다. 벌써 두 달이 넘게 병원에, 갱신 의료원에 있으니 당연히 집에 가고 싶겠지, 아암 그럼 시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가야지,,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한다. 만약 아버지를 모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핑곗거리를 찾아야 할 거고 시아버지가 양로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할 때 시아버지가 실망하는 표정을 나는 볼 자신이 없고 설득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그리고 나는 길고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힘들더라도 직접 행동에 옮기고 당당해하는 쪽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시아버지를 집으로 맞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층계가 많고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서 우선 시아버지 집으로 우리가 가서 시아버지랑 같이 살기로 결정을 했다. 

침실에 시아버지가 시어머니랑 함께 자던 오래된 나무 침대를 버리고 건강보험회사에서 보낸 버튼을 누르면 오르락내리락하는 환자 침대를 들여놓고 방을 새로 정돈하고 있는데 시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에 매니저를 시켜 우리한테 전화를 했다. 

시아버지는 속이 없게도 왜 우리가 자기를 찾아 병원에 오지 않느냐고 불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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