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옥 Nov 30.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8)

올 것이 오다

2001년 3월 1일


시아버지 집에서 우리는 우리가 자기로 한 작은 방에다 우리 이불과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데 오전 11시쯤에 시아버지가 있는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시아버지가 건강이 회복돼 집으로 가도 된다는 거였다. 휠체어를 타며 매우 활동적이란 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시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복도에서 방으로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머리에 그리면서 이상하게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기분 나쁘게 가슴이 두근거리며 올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시아버지를 좋아하지만, 지금 시아버지를 맡는 것은 전과 달리 큰 의무가 딸린 숙제와도 같고 넘어야 할 큰 산과도 같다. 그 숙제를 잘 풀어 갈 수 있을지 그 높은 산을 넘을 수 있을지는 시간만이 해결해 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숨을 길게 들이쉬면서 옛날의 마음씨 좋고 뚱뚱한 시아버지를 떠올리며 시아버지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시아버지를 병원으로 방문했던 사람들은 모두 무척 힘들 거라면서 우리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소망하며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 본다.

축구선수들이 공이 날아올 때 헤딩을 하면 아프지 않을까 하고 남편한테 물으니 날아오는 것을 알고 대비해 근육을 강하게 하고 받으면 그리 아프지 않단다. 그런데 공이 날아오는 것을 모르고 갑자기 맞으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단다. 그럼 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보자. 시숙 말처럼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그런 극성맞은 환자를 경혐도 없는 우리가 맡아 돌보는 일이다. 그냥 수월한 착한 그런 환자를 돌보는 게 아니야, 결코 쉽지는 않을 거야!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작가의 이전글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