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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Nov 30.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9)

돌아온 탕자-시아버지 / 엉덩이에 벌이 붙으면?

3월 2일

# 돌아온 탕자-시아버지


시아버지는 병원차를 타고 오후 네시쯤 집에 도착했다. 시아버지 침대에 새로 빨은 이불이랑 쿠션들을 올려놓고 시아버지를 맞을 준비를 다해 놓고 나는 가게에 있었고 남편이 집에서 아버지를 맞았다. 남편 이 전화로 아버지가 집으로 왔다고 하자, 뒤에서 아버지가 흥분이 섞인 큰 목소리로 <나는 돌아온 탕자야> 한다. 

이때부터 시아버지는 우리 모두가 원하지 않는 우리 집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시아버지 인생에 그리고 우리 인생에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다. 

그 새로운 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날이 어떨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 엉덩이에 벌이 붙으면?


9주 만에 집으로 온 시아버지는 오 개월 된 애기가 손과 발을 끊임없이 움직이듯 얼굴은 좌우로, 손으로는 침대 위에 달린 삼각형을 잡았다 놨다 하며 부산하게 움직이며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눈빛이 불안하고 로봇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서툴고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방을 둘러보며...


시아버지: "너네들 방을 잘 꾸며 놨구나"
나: "이방은 당신 침실이잖아요?"
시아버지: "아 그래! 저 벽에 걸린 사진을 보니 그렇네"


창문 옆에 있는 벽에는 남편의 제일 큰형 그러니까 페터.라고 하는 남자아이 사진이 걸려 있다. 색이 바랜 흑백사진인데 40x30 센티미터 정도 되는 제법 큰 사진이다. 

페터는 태어난 지 열 달 만에 갑자기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진이 시부모의 침실 한구석에 늘 걸려 있었다. 사진 속에는 손으로 짠듯한 털모자를 쓴 볼이 통통한 남자아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무척 극성맞게 몸을 움직이고 우리 이름을 끊임없이 불러댔고 처음부터 우리를 짜증 나게 했다. 

독일말로 극성맞은 사람에게 엉덩이에 말벌이 붙었다고 한다. 윙윙거리며 쏘는 벌이 엉덩이에 붙으면 펄쩍펄쩍 뛰고 가만히 못 있고 심하게 움직이는 사람 보고하는 말인데 지금의 우리 시아버지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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