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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Nov 30.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11)

억만장자 / 독방에 갇힌 시아버지

# 억만장자


나: "아버지 지금 몇 살이에요?"
시아버지: "열다섯 살"
나: "어머나! 그렇게 어려요? 나보다 더 어리네요 인생이 창창한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어요?"
시아버지: "억만장자!"
나 : "아 그래요! 나중에 억만장자가 되면 우리 좀 나눠 주세요"
시아버지: "아 , 그럼 나눠주고 말고, 아암"


시아버지에게 우리가 몇 살 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쩔쩔맨다. 옛날 일은 기억을 잘해 생년월일이 언제 나고 하면 권총에서 총알이 나오듯이 1925 년 11월 24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몇 살 이냐고 물으면 왜 그런 질문을 하냐며 곤란해하거나 화를 내고 성의 없이 생각나는 대로 대답한다. 생년월일은 76년 동안 기억한 것 이어서 시아버지 머리에 입력이 되어 있어 자동적으로 나오지만 나이는 해마다 바뀌는 숫자니까 기억을 할 수가 없나 보다. 




# 독방에 갇힌 시아버지


고맙게도 또 엘리 할머니가 왔다. 86살이나 먹었지만 친하게 지내니 이 나라식으로 이름을 부르며 지낸다. 


시아버지: "엘리 알고 있어? 나 이방에 감금됐어 , 내가 독방 형무소에 갇힌 것과 똑같다고! 하지만 난 슬프지 않아, 이방에 여자가 둘이고 남자는 나 혼자니까, 나는 암탉이 많이 든 광주리에 든 하나의 수탉인 셈이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가리켜 형무소에 감금된 것과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독방에 말이다. 독방에는 중범죄자가 가는 곳인데 우리 시아버지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 표현해 현재 얼마나 힘든지를 알리고 싶은 거다.

그리고 독일 말로 광주리에 담긴 수탉은 대개는 여자들이 많은데 낀 한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 숫탘이 여러 암탉을 거느리는 데서 온 말이다.

그러니까 유머감이 풍부한 시아버지는 여자가 둘인데 남자는 자신 혼자여서 농담 삼아하는 말이다. 엘리 할머니가 가고 나서. 


시아버지: "나 오줌을 기저귀에 눠야겠어, 앤디 하고 가비 일거리를 만들어 줘야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가비가 직장이 없어지지 않겠어?"


가비는 시어머니 간호도 한 간호원으로 시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간호원인데 하루에 한 번씩 와서 시아버지 몸도 씻어주고 기저귀도 갈고 한다. 앤디가 집에 돌아왔다. 


시아버지: "앤디! 나 오늘 참 착했어, 아무도 나를 칭찬해주지 않으니 내가 나를 칭찬할 수밖에"
앤디: "{살짝 내게 귓속말로} 옛말에 자기가 자기 칭찬을 하면 그것은 악취와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을 잊으셨나 봐!"


우리는 시아버지를 옷을 입히고 휠체어에 태워 응접실로 데리고 왔다. 나는 마비가 된 시아버지의 왼손과 왼발을 주무르며 마사지했다.


시아버지: "너는 참 착한 아이야! 나는 알고 있어,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나: "그렇지만 아들이 더 낫죠?"


시아버지의 재밌는 대답을 듣고 싶어 짓궂게 질문을 해본다. 두레박을 우물에 내려야 물을 끌어올리는 것처럼, 내 예상대로 지금의 시아버지답게 대답한다.


시아버지: "그럼 재는 내 아들인데, 경쟁심을 갖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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