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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06.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16)

옛날 시아버지 사진 / 수다쟁이

# 옛날 시아버지 사진


우리가 자는 방에 시아버지가 건강했을 때 찍은 사진을 걸어 놓았다. 우리랑 함께 하이델베르크로 여행 갔을 때 찍은 건데 상반신만 크게 나오게 찍힌 사진이다. 그때는 시아버지가 살이쪄 뚱뚱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미소 짓는 모습이 맘씨 좋은 독일의 할아버지를 닮아있었다.  오고 가며 쉽게 볼 수 있게 문 옆에 걸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랑 여행 다니면서 어린아이처럼 무척 행복해했었다. 남편은 왜 갑자기 아버지 사진을 문 옆에 붙여 놓느냐며 이해할 수 없어하는 것을 보면 자기도 아버지 때문에 벌써 지친 모양이다. 시아버지가 옛날에 착했고 우리와 사이가 좋았을 때를 기억하면서 지금의 시아버지를 용서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우리를 화나게 하면 그게 본의가 아니라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고 싶어서다. 건강한 시아버지가 지금의 자신을 볼 수만 있다면 부끄러워서 땅속에 숨고 싶을 것이고 숨고 안 나올 것이 틀림없다. 옛날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이해심을 갖자는 것이다. 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또 두고 봐야 알겠지만...



# 수다쟁이


저녁나절에 '헬뭍 네링'이란 60 먹은 뚱뚱한 아저씨가 왔다  그보다 15살 어린 헬뭍의 부인 페트라는 내가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낸 친한 친구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잠깐 그 집에서 살았었다. 페트라는 예민하지 않고 그렇지만 자상하고 한국음식은 무엇이든지 먹고 김치도 담아서 먹을 정도로 다른 나라 식 생활 문화에 있어서 개방적인 그리고 꾸밈이 없는 여자다. 자연을 유난히 사랑해 매일 겁도 없이 숲으로 산책을 가고 나무나 다른 식물은 물론이고 수백 가지 버섯의 종류의 이름과 차이점을 말할 수 있을 만큼 박식하다. 동물을 사랑해 고양이를 셋씩 키우다가 숲 속에서 누가 갔다 버린 송아지만큼 큰 개를 데려다 키운 이후로는 개도 사랑하는 그런 여자다.  


헬뭍: "보니까 당신 언어장애는 전혀 없군요"
시아버지: "언어장애? 정 반대야. 나는 수다쟁이야! 나는 말을 너무해서 탈이야"
헬뭍: "그러는 게 당신다워요, 연습을 많이 하면 아마 걷게 될지도 모르지요?"
시아버지: "그런 기적은 안 믿어요. 하나님이 특별하게 나에게 기적을 일으키시면 몰라도..."
헬뭍: "휠체어를 타실수는 있어요?"
시아버지: "내 롤즈로이스? 좀 작아서"<시아버지가 타던 차는 작고 빨간 미니 프랑스 차 트윙고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자신의 차를 장난 삼아 롤즈로이스라고 부르곤 한다.>
헬뭍: "작으면 커브 도는데 더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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