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옥 Dec 09.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21)

시아버지랑은 사뭇 다른 시어머니 / 똥치 우기는 마찬가지

3월 28일

# 시아버지랑은 사뭇 다른 시어머니


바로 옆집에 사는 말을 세 마리나 갖고 있는 세련되진 않았어도 마음씨가 착해 시어머니와 사이좋게 지내던 덱카아줌마가 시아버지를 문병 왔다. 말똥 냄새가 평소에는 나지 않다가 바람이 부는 날. 기압이 낮은 날엔 가끔 나곤 한다. 


덱 카아 줌마: "상황을 변경시킬 방도가 없으니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저는 당신 아내 생각을 자주 해요, 참 착한 사람이었죠"
나: "몸이 아파도 항상 미소 짓는 것을 잃지 않았지요"
시아버지: "나도 알아, 내 아내는 나랑은 달라"


정말 그랬다. 시어머니 역시 중풍에 걸렸었는데 처음부터 증상이 심해서 말을 못 하고 얼마 있다간 식사도 못 하고 이 년 이상 식물인간처럼 살다가 돌아가셨다.

처음에 말씀을 못 하고 퓻퓻! 줏줏! 하며 이상한 괴음만 낼 때에 자신의 건강상태가 얼마나 나쁜가를 알면서도 의사나 간호원과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가 최악의 상태에서도 어떻게 하는지를 본보기로 보여주었다.

시어머니는 긍정적으로 사는 비결을 갖고 있는 듯했다.  



# 똥치우기는 마찬가지


간호원 가비가 왔다. 그녀는 바짝 말랐지만 힘이 좋아 우리 시아버지를 번쩍 안아 휠체어에 앉혔다. 내가 마른 사람이 어떻게 그리 힘이 좋으냐고 하자, 


가비: " <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말을 탔거든요 , 그런데 우리 집에 마구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말을 들판이 있는 곳에 마구간을 가진 사람들의 마구간에서 세 살게 했죠. 그리고 내가 원할 때 그곳에 가서 말을 꺼내 타곤 했어요. 그런데 마구간 주인이 마구간 사용비를 내는 대신 마구간을 청소하는 일을 시켰어요, 그러니까 마구간 사용비를 안 내는 대신 말똥 치우는 일을 하는 거죠"
시아버지: " < 그럼, 지금도 달라진 게 별로 없구먼, 당신 지금은 노인네들 똥을 치워야 하잖아"


가비는 어렸을 때부터 비용이 많이 드는 말을 타기 위해 무거운? 말똥 치우는 일을 해서 힘이 생겼다고 한 거였고 시아버지는 가비가 노인네들 변이들은 기저귀를 갈아야 하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똥 치우기는 마찬가지가 아니냐며 받아넘긴 거다.

작가의 이전글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