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옥 Dec 13.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25)

네 형이 뭐라고 하겠니 / 나도 다쳤어

5월 4일

# 네 형이 뭐라고 하겠니


시아버지는 오늘도 기저귀를 찢어 소변이 침대를 젖게 해 아버지 머리까지 젖었고 찢은 기저귀를 만진 손으로 눈을 만져 눈알이 빨갛다. 등에는 기저귀에서 나온 솜들이 쫙 깔려 등이 가렵다고 숨을 가쁘게 쉬며 야단이다. 요즈음 만들어지는 기저귀 속에는 수분을 빨아들이는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젤리 같은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수분을 한없이 빨아들이지만 그것이 소변으로 찼을 때, 그것이 터져 침대에 쫙 퍼져 있을 것을 상상한다면 우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저녁에 또 한 번 기저귀를 찢어서 오늘은 침대보를 세 번이나 갈아야 했다. 우리는 화가 났고 참는데도 한계가 있으니까... 앤디는 아버지에게


앤디: "아버지 양로원으로 가셔야 해요.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그러자 시아버지는 고개를 떨구며 조용하게 후릿츠 답게 말한다. 


시아버지: "나한테 간단하게 독침을 놓으면 내가 사라지고 없을걸 왜들 그래, 나는 기저귀를 안 찢는다고 약속은 못해, 나를 양로원으로 보내도 나는 화를 안 낼 거야, 그렇지만 나만이 아니라 너희들 한테도 유감스러워, 네 형이 뭐라고 그러겠니? 그것 봐! 내 말이 맞지? 그러니 내가 뭐라고 했어! 그럴 테니까"


놀랍고 기대하지 않은 이치적인 발언에 앤디와 나는 그 놀라움을 폭소로 터뜨리고 싶지만 꾹 눌러 참고 있는데 아버지가 아들 손을 잡고 쓰다듬으면서 애교를 부린다. 


시아버지: "우리 지금까지 함께 잘 지내왔잖아!"


지금까지 잘 지내왔으니 앞으로도 함께 잘 지내자는 어른다운 말이다. 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발전하면 곧 다시 어른이 되겠다. 



5월 5일  

# 나도 다쳤어


나는 최근 들어 자주 손목에 염증이 나 손목이 통통부으면 아파 숟가락질도 할 수 없다. 

붕대로 감은 왼쪽 손을 시아버지에게 보이며, 

나: "나 여기 다쳤어요" 하자

시아버지는 자신의 마비된 왼쪽 다리를 가리키며, "나도 여기 다쳤어" 한다. 


나: "아버지 오늘 저녁에 하느님이 당신을 도와달라고 기도하실래요?"
시아버지: "응, 그럴게, 하느님 내가 똑똑해지게 도와주세요. 내가 아이들한테 잘못한 것을 용서해주시고 이치적이 되게 도와주세요. {기도하다 말고 기도 도중에 나를 보며} 너 내 말 다 알아 들었어?"
작가의 이전글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