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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20.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34)

물속에서 노는 물고기

6월 6일


내가 시아버지가 못 쓰는 왼팔과 왼쪽 다리를 주무르고 다리를 위아래로 그리고 옆으로 움직이면서 체조를 했다.  

아스트맅: "당신 며느리 좋은 여자예요"
시아버지: "응 나도 알아, 세상에서 최고지 암, 최고의 며느리이고 말고"
아스트맅: "딸은 없어요?"
시아버지: "아니 딸은 없어"
나: "딸이 없어도 당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하는 며느리가 있으니 됐지요?"
시아버지: "응 네 말이 맞아"

고맙다 소리가 듣고 싶어서도, 공치사가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시아버지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낙관적이 돠는것 같다. 그러다 보면 일상적인 문제 특히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게 되고 자 중심도 갖게 되고 덜 우울해질 것이다. 불행한 상황에서도 행복해야 할 이유를 찾으면 찾을 수가 있다. 우리에게 고맙단 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와 함께 사는 게 당연한 게 아니며 본인의 부정적인 헌재의 상태에만 관심을 집중하기보다는 집에서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 살고 보살핌을 받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매우 많은 노인들이 그런 행복을 누리지 못하며 매일매일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오늘은 어때요? 아픈 데는 없고요?"
시아버지: "아니, 오늘은 내가 물속에서 노는 물고기야"
나: "그렇게 싱싱하고 건강하세요?"
시아버지: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는 얘기지 뭐"
나: "웃어보세요, 난 당신이 웃으면 좋아요"
시아버지: "내일 아침에 커피 마시기 전에 웃을게"
나: "웃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한번 웃어 보세요"

억지로 어린아이가 사진 찍을 때 부모가 웃으라고 해서 부자연스럽게 웃는 것과 똑같이 나를 위해 애써 이- 하며 부자연스럽고 너그럽게 웃어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 

시아버지: "나는 웃을 이유가 없어"

우리는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보살피는데 웃을 이유가 없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분명히 웃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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