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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20.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35)

칭찬도 금지

6월 9일


목욕 후에 머리를 말끔히 뒤로 빗기고 막 로션을 바른 깔끔한 아버지를 보고 앤디가 한마디 한다. 

앤디: "아버지 오늘 정말 멋있어 보여요!"
시아버지: "(발끈하며) 너 나 놀리지 마"

시아버지 앞에서 웃는 것도 안되고 이젠 칭찬도 금지인가 보다. 자격지심, 콤플렉스만 있고 자 중심이라곤 없어서 우리가 칭찬을 하면 자신을 놀리는 줄 알고 오히려 화를 낸다. 누워만 있어서 스스로를 쓸모없는 못난 사람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녁에 또 우리를 자꾸 불러 힘들게 한다. 

나: "나를 불렀어요? 왜요?"
시아버지: "나 네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나 혼자 있잖아!"
나: "당신 또 다른 아들이 있잖아요. 그 아들은 안 부르세요?"
시아버지: "그 까마귀 아들, 게으른 아들!"
나: "그 아들 한번 초대할까요?"
시아버지: "음식 초대? 그런 건 그 애한테 너무 과분해!"
나: "그럼, 다른 며느리는요?"
시아버지: "그 여자 나는 몰라. 다른 며느리 나 둔적 없어"

요즈음 우리 아버지는 우리를 견딜만하게? 내버려 두어서 진정제를 많이 줄여준다.. 상태에 맞게 약을 주는 것도 집에서 돌봄을 받는 것에 장점일 게다. 병원이나 양로원에서는 간호원도 자주 바뀌는 데다 어느 누가 한 환자한테만 개인적인 관심을 보이고 즉각 반응을 보여 상태에 따라 약을 조정해서 주겠느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구텐 모르겐 {아침인사} 하면서 시아버지 눈빛을 보면 대개는 그날 상태가 어떨 것 인지를 안다. 

나: "나를 믿죠?"
시아버지: "나 모르겠어"
나: "앤디는 믿나요?"
시아버지: "그럼 그 앤 내 아들인데"
나: "그런데 나는 신뢰를 못 하신다고요?"
시아버지: "나 네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 나 정신이 나갔어"

내가 하는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정신력이 없어서 방금 한말을 잊어버려 그다음 말과 연관시키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저녁에 나는 시아버지랑 대화거리를 만드느라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본다.  

나: "당신이 오늘 아침에 한 말 영 맘에 안 들어요"
시아버지: "(긴장하며) 왜?"
나: "앤디는 믿고 나는 못 믿는다고 그러셨지요"
시아버지: "그랬을 수도 있지만 너네는 둘 다 내 자녀야!"

엘리 할머니가 집에 가려고 하자 아버지가 할 말이 있다면서 일부러 부른다.  

시아버지: "나 때문에 그렇게 일을 많이 해줘 고마워요"
엘리: "천만에요. 다 기옥이를 보고 하는 일이니까 괜찮아요"

엘리 할머니가 가고 나서

나: "엘리한테 고맙다고 했어요?"
시아버지: "응"
나: "아주 잘하셨어요. 당신이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로 표현을 하면 더 기분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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