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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10.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62)

이 더하기 일은?

2월 3일


오늘 시아버지는 웬일로 흥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달아올라있고 눈빛에 분노가 서려 있는 것을 봐서 화가 대단히 나 있음을 직감했다. 그럼 그 화풀이를 하지 못해 환자들이 잡게 만들어진 철로 된 장대를 만졌다 놨다 한다. 옛날에 우리 이름 부른 숫자만큼이나 장대를 놨다 만졌다 해서 오른손에 굳은살이 배겼다. 그러니까 하루에 몇천 번 장대를 잡았다 놨다 한다. 그래서 장대에 천을 도톰하게 씌웠다. 어쩌다가 그 장대를 빼놓으면 화가 나 쿠션 등을 모두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시아버지: "나 이젠 끝장이야, 나 잠이 안 와!"
나: "여기 라벤더 유가 있는데 이 기름 냄새를 맡으면 수면제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데 맡아봐요. 그럼 잘 잘 수 있을 거예요"

솜에다 라벤더유를 묻혀서 시아버지 코에 들이댔다.  

시아버지: "안돼! 안돼! 그러면 못 써, 너 나 마취시키려고 그러지?"
나: "그럴 리가 있나요? 제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불을 끌 테니 자요"
시아버지: "불 끄는 것은 나빠!"
나: "왜요?"
시아버지: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시아버지의 기저귀는 뽀송뽀송 말라있다가 소변이 내려가는 튜브가 막히면 자연스럽게 소변이 나와 기저귀가 젖는다. 소변의 튜브를 오주에서 육 주마다 의사가 와서 갈아 주는데 시아버지 경우는 특별나서 이주만에 막히고 만다. 그럼 의사한테 전화해서 의사가 다시 와서 새것으로 갈아 주고 가는데 의사도 너무 자주 와야 하니까 다른 환자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짜증을 내곤 한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서 이유를 몰랐는데 가만히 분석해 보니 시아버지는 너무 와일드해서 하루 종일 철로 된 삼각형을 잡았다 놨다 잡았다 놨다 하면서 배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서 튜브가 헐렁거려 소변이 튜브로 빠지지 않는 것 같아 삼각형을 없애자 아니나 다를까 튜브가 헐렁거리는 일이 적어졌고 막히지도 않아 그 이후로는 의사를 부르는 일이 적어졌다. 그리고 튜브가 막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소변석이다. 소변이 투명한 튜브로 흘러나오기 때문에 관찰한 바에 의하면 소변의 색깔의 차이 말고도 소변에는 솜처럼 뭉쳐 나오는 게 있는가 하면 모래를 곱게 간 것처럼 보이는 껄끄러운 것도 있다. 그런 것들이 튜브가 꽂힌곳에 뭉쳐 단단해지면 막히곤 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튜브를 문지르고 꼭꼭 눌러 소변석이 모이지 않게 한다. 그 이후론 의사가 다음에 올 때까지 대개는 따로 부를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게 해 튜브가 잘 씻겨져 나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봉지에 이 리터가 들어가게 되어있는데 시아버지경우는 많이 마셔 하루에 일 리터 반에서 이 리터 정도는 봉지에 찬다. 

나: "어제저녁에 소변을 일 리터 반을 비웠는데 오늘 도 봉지에 일 리터 반이 들어 있으니 합하면 몇 리터죠?"
시아버지: "나는 바보라 그런 것 몰라" 
나: "그럼 우리 쉽게 해 보죠. 이 더하기 일은 몇이죠?"
시아버지: "몰라"

옛날에는 계산을 그렇게 잘하더니 이제는 이 더 하기 일도 어려워한다. 집중력이 약해져서 일게다.  

시아버지: "나를 그렇게 잘 보살펴 줘서 고마워, 네가 없다면 나는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과 똑같아"

시아버지가 내게 '이히 리베 디히' 하고 나서 한 최고의 칭찬이다. 내가 없다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다는 과장된 표현을 써서 내게 감사함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으레 시아버지 방으로 제일 먼저 들어가 시아버지가 잘 누워 있는지 혹시 쿠션이 밀려 옆으로 누워 있지나 않은지 소변 봉지가 찼는지를 살핀다. 소변이 흘러나오는 튜브를 만져보면 어떤 때는 튜브가 따뜻하다. 

나: "아! 소변을 보고 있군요? 지금 당신은 소변보는 사자예요"

그리고 내가 집에 들어오면 시아버지는 언제나 곧 먹을 게 있는 줄 안다. 시아버지에겐 먹는 즐거움이 제일 큰 즐거움에 속하니 조금씩 자주 먹을 것을 준다. 먹을 것을 주고 옷에 떨어져 있는 음식 부스러기를 치우며 , 

나: "맛있었어요?"
시아버지: "부스러기 떨어진 것 보면 모르겠어?"

얼마나 맛있게 허겁지겁 먹었으면 부스러기가 떨어지게 먹었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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