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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13.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65)

최고의 행복 / 나는 시아버지 바보?

3월 27일

# 최고의 행복


시아버지에게 뭔가 긍정적인 얘기를 해 최악의 상태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하자는 게 요즈음 나의 목표 중에 하나이다.  

나: "당신 인생 중에 제일 큰 행복이 있다면 그게 뭔지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시아: "내가 너를 찾은 것이지!"

이런 대답은 상상밖이어서 나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 누구에겐가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지만 과분하다고 할 만큼 대단한 칭찬이다.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대답을 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질문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준다. 시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를 좋아하고 내가 하는 일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의 놀라움은 더 큰 것이다.

하지만 시아버지가 병이 들지 않았다면 그렇게 즉흥적으로 말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병이 걸린 이후로는 망설임이 없이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말하니까,

어쨌든 사랑하는 가족에게 우리들의 감정과 느낌을 짐작하게만 하지 말고 표현해서 확신시켜주는 것도 감정이입을 가진 사람의 배려라고 본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교육을 다르게 받아 고맙다 소리를 하는 것에도 어색해하고 마음을 알아주기를 막연히 바라는 사회에서 커왔다. 



3월 29일

# 나는 시아버지 바보?


오랜만에 마음씨가 좋아 보이는 은발의 전형적인 독일 할아버지 부루크만 씨가 왔다.

시아버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대답은 않고 새로 나온 자동차를 바라보듯 쳐다보기만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당신을 잘 돌보느냐고 묻자 그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여 우리가 하는 일에 만족하다는 표정을 했다. 누군가 찾아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면 시아버지는 전혀 대답을 안 하고 사람들이 가고 나선 곧 잘 대답을 해서 아직도 말귀를 잘 알아듣고 우리를 놀라게 하는 말을 한다고 자랑하는 우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곤 한다.

부모들이 아이들 자랑을 하고 싶어서 우리 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이런 행동을 했다며 사람들이 오면 부모들은 아이더러 해보라고 부추기지만 자유도덕행 위자인 아이들 역시 자기들이 원해야 하지 누가 시킨다고 하진 않아 부모를 곤란하게 하거나 애를 태우는 일이 있듯이 우리는 우리 아버지가 중병이 들었어도 이런 이런 말을 한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곤 하는데 방문객이 오면 언제 그랬나 싶게 입을 무거운 철문처럼 다물어서 우리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멍석 깔아 놓으면 하던 짓도 안 한다는 말이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 일 것이다.

우린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처럼 우리 아버지가 하다못해 고맙다 소리만 해도 아버지가 기특하고 예뻐 남편과 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대견해하고 기뻐한다. 우리들의 이런 마음을 글쎄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글쎄 지나치게 자녀 자랑하는 사람을 뭐라고 하던가? 팔불출? 아님 아내 자랑하는 남자를 아내바보라고 하던가? 그럼 우리는 아버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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