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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17.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69)

나 슬퍼 / 너만 있으면 돼

4월 30일

# 나 슬퍼


시아버지: "나 슬퍼!"
나: "그렇지만 조금은 행복하죠?"
시아버지: "아니 나 전혀 안 행복해"
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나을 텐데요"
시아버지: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어"
나: "슐츠 씨 가족이 사는 '윤 테르스 도르프'에 한 노인이 병이 들었는데 양로원으로 가야 한대요. 자녀가 일곱이나 되는데 그중 한 자녀도 아버지를 맡으려고 하지 않아서요"
시아버지: "그 남자는 조용히 살게 되겠군!" 
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도 조용히 살기 위해 양로원에 가고 싶어요?"
시아버지: "그러는 게 모두에게 나을지도 모르지"

오늘은 시아버지의 기분이 꽤 언짢고 우울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사소한 일 갖고도 시비를 붙을 기미가 보여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정상인인 우리가 이럴 때는 물러서야지 어쩌겠는가? 



5월 5일

# 너만 있으면 돼


나: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간호원 가비가 안 온대요. 그녀가 보고 싶어요?" 
시아버지: "아니 그 간호원 안 와도 좋아, 나한테는 너만 있으면 돼!"

오늘은 시아버지랑 대화가 잘 통한다. 말은 더듬어도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하고 기분도 좋은지 명랑하다. 시아버지의 기분은 변덕스러운 이곳 날씨를 닮아서 기복이 심하다.

내 얼굴을 끌어당기더니 뽀뽀를 다 하고... 오늘 처음으로 새로운 간호원 '안네리제'가 왔다. 처음으로 간호원이 오면 대야는 어디 있고 물비누 화장실 약 등이 어디 있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되어 시간이 걸려 우리에게는 항상 오던 간호원이 오면 좋지만 휴가를 가거나 이부제로 일을 하니까 간호원들이 자주 바뀌기 마련이다.

환자인 시아버지도 새로운 간호원이 오면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불안해하고 흥분한다. 안넬리제 간호원이 화장실로 물을 버리려 가고 잠깐 없자 시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적은 목소리로 안네리제 흉을 본다.  

시아버지: "저 여자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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