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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17.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71)

원시동물 / 몰라보게 변한 시아버지

5월 11일

# 원시동물


나: "오늘은 미소를 다 짓고 당신 참 맘에 들어요!"
시아버지: "네가 있으니까"
나: "마사지가 어땠어요?"
시아버지: "그저 그래"
나: "파울라 (마사지하는 네덜란드에서 온 여자 )를 매일 오라고 할까요?"
시아버지: "마사지받으면 얼마나 아픈데, 네가 내 대신 아파 준다면 좋아"
나: "오늘은 어떤 간호원이 왔다 갔어요?"
시아버지: "원시 동물"
나: "원시동물요?"
시아버지: "나 그 여자가 무서워서 혼났어"

알고 보니 '레기네'란 간호원이 처음으로 왔었는데 키가 크고 덩치가 커 시아버지가 원시동물, 즉 집채만큼 큰 공룡이나 매머드 등을 연상했던 모양이다. 그 간호원 이름이 생각이 안 나니까 엄살을 부리면서 둘러 붙인 것이다. 아버지는 아직도 건강했을 때처럼 여전히 장난기가 있어서 한술 더 떠서 그 여자가 무서웠다고 익살을 부리는 것이다. 



5월 15일

# 몰라보게 변한 시아버지


작년 삼월에 몇 번 온 적이 있는 , 잉에, 란 간호원이 일 년 이 개월 만에 왔다. 지금의 시아버지와 작년에 시아버지의 상태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서 깜짝 놀랐단다.  

잉에: "당신 시아버지를 어떻게 했기에 저렇게 변했어요? 아마 진정제를 많이 드리나 보죠?"
나: "진정제요? 진정제는 작년에 많이 드렸지요. 지금은 진정제 거의 안 드려요"
잉에 : "그런데도 저렇게 몰라보게 변했어요? 믿을 수가 없어요!"
나: "관심 보여 주고 쓰다듬어 주고 대화를 많이 해 이해시켜 주는 것이 전부예요. 이젠 시아버지가 우리를 믿고 마음이 편해졌다고나 할까요"

정말이지 기적같이 시아버지는 많이 변해 있다. 지금은 누구와 눈이 마주치면 항상 입가에 미소를 띤다. 거울을 보여 주며 행복해하라고 설명한 게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먹을 것 먹이고 몸을 씻기고 나면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됐을 때 잘 웃는 아기들을 연상하게 한다. 

자기 아들은 만만해서 아들한테 샘통이 나면 가끔 짜증 부리는 것 빼고 우리가 안녕하시냐고 물으면 거의 언제나 좋다고 대답하고 심적인 안정이 어느 정도 찾아온 것 같다. 입맛은 여전히 좋아서 식사 때가 매일 그날의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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